눈개승마
Aruncus dioicus var. kamtschaticus (Maxim.) H. Hara
높은 산에서 자라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6~7월 개화. 꽃은 암수딴그루. 봄철에 어린 순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캄차카 반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삼나물, 삼채, 죽토자, 눈산승마
'승마 升麻'라는 식물의 이름은 대체로 귀에 설다.
'승마'는 한약재의 이름으로, 그 잎이 마(麻,삼)를 닮았으며,
기운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요즈음 승마, 눈빛승마, 촛대승마 같은 승마 집안 식물들은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온 덕분에 산속에서 한가로이 살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식물은 '눈개승마'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이름과 모양은 미나리아재비과의 '눈빛승마'와 많이 닮았지만,
분류학적으로 보자면 장미과에 속하는 짝퉁 승마이다.
이 두 식물은 아주 닮아서 차이를 설명해도 기억하기 어려우나,
눈개승마는 6월에, 눈빛승마는 8월에 꽃이 피는 차이가 있다.
이 눈개승마를 울릉도에서는 '삼나물'이라고 부르며,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해서 비싸게 팔리고 맛도 좋다.
이 '삼나물'이라는 이름에서도 '삼'이 등장하지만
정작 '삼'이라는 식물은 우리 곁을 떠나고 없다.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삼을 밭에서 길렀다.
가을에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큰 구덩이를 파서 삼 수십 단을 묻고
옆 구덩이에 하루 종일 불을 때서 돌을 벌겋게 달군 다음,
저녁 무렵에 달구어진 돌 더미에 물을 부어 그 수증기로 삼을 쪄냈다.
이런 집단적인 노동을 내 고향에서는 ‘삼굿’이라고 했고,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를 찔 때는 같은 방법으로 ‘닥굿’을 했다.
그리고 냇물에 담가서 껍질을 벗겨내고 겨우내 실을 만들어
다음 해에 아낙들이 베를 짜면 겨울에 베옷 몇 벌이 나왔다.
그렇게 삼은 우리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식물이었고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삼밭골, 대마리 같은 지명이 남아 있다.
1970년대 어느 해, '대마초 연예인' 어쩌고 하면서 떠들썩하더니
불과 몇 해 만에 우리나라에서 삼이 사실상 사라졌다.
몇 천 년을 우리 조상들의 옷이 되어주던 고마운 식물이
몇몇 쾌락주의자들의 불장난 때문에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다.
수천 년 삼과 함께한 민족이 그 잎의 환각 작용을 몰랐을 리가 없다.
온 천지에 삼이 잡초처럼 자라는데도 불구하고 그 잎을 담배처럼
피워서 사람이 잘못 되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백성들이 언제부터인가 쾌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자,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던 식물을 기어이 멸종시키고 말았다.
가끔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식물들에게 참 부끄러울 때도 있다.
삼(麻)의 추억이 그리워서 삼나물로 삼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2013. 1. 28. 꽃이야기 132
한라개승마
Aruncus aethusifolius (H.Lev.) Nakai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정도.
제주도의 해발 1500m 정도 되는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 식물이다. 5~7월 개화.
[이명] 한라산승마아재비
눈빛승마
Cimicifuga dahurica (Turcz. ex Fisch. & C.A.Mey.) Maxim.
깊은 산지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2.5m.
8~9월 개화, 꽃은 암수딴그루이며 꽃잎은 3~4장이다.
한국(지리산, 계룡산, 속리산, 강원도 이북)
촛대승마
Cimicifuga simplex (DC.) Turcz.
깊은 산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m 가량.
6~8월 개화. 꽃은 암수딴그루. 뿌리를 약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초대승마(북한명), 나물승마, 대승마, 대스암, 섬승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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