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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자랑스러운 땅이 그에게 바치는 꽃, 자란

 

자란

Bletilla striata (Thunb.) Rchb.f.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4월말~5월 개화.

전남 해남, 진도일대의 해안지역에 자생한다.

[이명] 대암풀, 대왕풀, 백급

 

 

 

 

 

 

왜적이 쳐들어오자 임금과 조정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다.

백성들은 오직 바다에서 외롭게 싸우는 한 장군을 사모했다.

전쟁이 끝나면, 못난 임금은 그를 살려둘 수가 없게 되었다.

장군에게 그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치욕이 될 것이다.

그는 마지막 전투에서 갑옷을 입지 않고 적 앞에 나아갔다.

그에게는 임금의 칼보다  적의 탄환을 받는 것이 차라리나았다.  

 

어떤 소설가는 전투에 나가는 장군의 심정을 이렇게 썼다.

 

‘나는 단지 임금의 칼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다만 나의 적의 적으로서 살아지고 죽기를 원했다.

나는 나의 충을 임금의 칼이 닿지 않는 곳에 세우고 싶었다.

적의 적으로서 죽는 나의 죽음의 자리에서

내 무(武)와 충(忠)이 소멸해 주기를 나는 바랬다.’

 

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 또한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고 했다.

그가 싸웠고 그가 지켜낸 바다를 품고 있는 남도의 땅,

적들이 발붙이지 못한 자랑스러운 땅에만 피는 꽃이 있다.

열세 척의 배로 삼백 삼십여 척의 적들을 물리친 곳 울돌목,

임금의 칼이 닿지 않는 곳에 세우고 싶었던 그의 ‘충’처럼

대교의 탑이 우뚝 솟아있고, 그곳을 굽어보는 언덕에 꽃이 핀다.

 

 

그 신성한 땅이 피워내는 꽃은 자색(紫色)이다.

부귀영화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맑고 깊은, 곱고 강렬한 색이다.

사람들은 그 꽃을 자란(紫蘭)이라고 부른다.

 

장군의 忠과 武는 자란의 색깔처럼 선명했다.

해마다 그의 탄신일인 4월 28일 무렵이면

그가 지켜냈던 남도 바닷가에서 자란이 핀다.

자랑스러운 땅이 그에게 바치는 꽃이리라.

 

 

2012. 5. 27. 꽃이야기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