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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붉은 입술의 이국 여인, 입술망초

 

입술망초

Peristrophe japonica (Thunb.) Bremek.

 

반 그늘의 산자락 계곡에 자라는 쥐꼬리망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50cm.  7~9월 개화.

한국(무등산 일대),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광주 무등산을 오르는 길가에는 재미있게 생긴 풀이 있다.

입술을 닮은 입술망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지역 밖에서 관찰된 기록이 없다.

 

일본이나 타이완처럼 온난한 지역에 사는 이 식물이

언제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1974년에 발간된 한국쌍자엽식물지(박만규)에 처음 나온 걸 보면

그곳에 자리 잡은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무등산 등산로 주변의 입술망초 군락)

무등산 일대의 몇 몇 작은 군락 정도의 개체수라면

아주 희귀한 식물로 열 손가락 안에 들겠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희귀식물이니 멸종위기종이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식물은 햇볕과는 상관없이 오전에만 꽃을 피운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가까이 들여다보면 위쪽 꽃잎 안쪽에

곤충을 꿀샘으로 유도하는 무늬가 있는데,

어찌 보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사람의 얼굴과 표정이 저마다 다르듯이

이 무늬도 꽃마다 조금씩 달라서 이 꽃 저 꽃을 살피며

사람의 얼굴을 가장 많이 닮은 것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첫 느낌으로는 가르마를 탄 하얀 얼굴의 옛날 여인 같은데

이국에서 온 식물이니 그 비유도 적절치는 않다.

 

사람의 일도 이 작은 식물의 내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먼 나라 여인들이 시집을 오기 시작했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이다.

 

꽃이거나 사람이거나 어떤 연유로 이 나라에 온지는 모르겠으나

이 땅에 잘 동화되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 다양성으로 인해 우리 생태계나

사회가 더욱 풍요롭고 건강해지면 좋겠다.

 

 

 

2012. 11. 6. 꽃이야기 86.

 

 

 

쥐꼬리망초

Justicia procumbens L.

 

들이나 산기슭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30cm 정도.

이삭꽃차례가 곧게 서며 그 모양이 쥐꼬리를 닮았다.

7~9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경기 이남), 동남아시아, 중국, 인도,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무릎꼬리풀, 쥐꼬리망풀 (북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