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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꽃, 자운영

자운영

Astragalus sinicus L.

 

온난한 지방의 들에 나는 콩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0~25cm.

4~5월 개화. 녹비용(綠肥用), 사료작물로 재배하기도 하고,

자연 상태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한국(중부 이남),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5월 초의 남도 들녘에는 자운영이 절정을 이룬다.

노란 유채밭, 청록의 보리밭, 연자주 자운영 꽃밭이 어우러져

들판은 온통 원색의 물감을 쏟아 부은 듯하다.

 

자운영의 꽃은 흰색 꽃잎 끝이 살짝 붉어져서,

저만치 떨어져서 보면 분홍색으로 보이고  

더 멀리서 보면 그 분홍빛 꽃밭에 푸른 하늘색이 내려앉아

연한 자주색 구름처럼 보인다.

그래서 '자운영(紫雲英)'이라 하지 않았을까? 

 

 

 

자운영은 중국에서 들어온 꽃이라고 한다.

자주빛 紫, 구름 雲, 꽃블 英 자를 쓰니,

'자주빛 구름처럼 빼어나게' 아름다운 꽃이다.

자운이란 상서로운 구름으로서 중국에서는 천자를 상징하기 때문에

얼마나 귀하게 여겨져 꽃인지 알 수 있다.  

 

이 꽃은 그 모습보다 그 삶이 더욱 아름답다.

이른 봄에는 나물로서 사람의 굶주림을 면하게 하고

꽃이 피면 벌과 나비에게 아낌없이 꿀을 주고

꽃이 지면 쟁기로 갈아엎어져 벼의 거름이 된다.

사람과 곤충과 다른 식물에게 온 몸을 다 내어주면서도

그 꽃 하나하나와 무리지어 핀 아름다움이 모두 빼어나다.

 

 

자운영의 꽃말은 '그대의 관대한 사랑'이라고 한다.

자운영은 두어 달 남짓한 짧은 삶을 살다가 가지만,

그 어느 식물보다도 헌신적인 사랑을 주고 간다.

진실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꽃이다.

 

내 아름다웠던 날의 사랑도 자운영을 닮았었다.

아득한 곳에서 바라보면 신비로운 자주 구름과 같았고

가까이 다가가면 분홍빛 황홀한 꽃밭이었고

한 송이 꽃을 마주하면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이 보였다.

아름다운 계절 오월엔 자운영 같은 사랑이 그리워진다.

 

 2012. 5. 13.  꽃이야기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