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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현명한 끈끈이주걱, 미련한 끈끈이귀개

 

끈끈이주걱

Drosera rotundifolia L.

 

산지의 늪이나 습지에 사는 끈끈이귀개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6~8월 개화. 꽃의 지름 3mm 정도.

꽃은 정오 전후에 두 시간 정도 꽃잎을 연다.

한국(전역) 및 유라시아대륙,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끈끈이귀개

Drosera peltata var. nipponica (Masam.) Ohwi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끈끈이귀개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5월 개화. 꽃의 지름 1cm 정도.

바람이 없고 볕이 좋은 날에만 꽃이 핀다.

한국(해남, 진도) 및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멸종위기종 2급

 

 

 

 

 

끈끈이주걱과 끈끈이귀개는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식충식물이다.

이들은 약간의 광합성을 하며 곤충을 잡아서 영양을 보충한다.

끈끈이귀개를 유심히 보자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식물은 아름다운 꽃과 끈끈한 촉수가 아주 가까이 있어서

곤충이 꽃에 들락거리다가 죽음의 덫에 덜컥 걸려들기가 십상이다.

 

(끈끈이귀개, 전남 해남, 꽃을 찾는 곤충이 아슬아슬하다)

 

곤충이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면서 수분을 해 주어야 할 텐데

수분생물을 잡아 먹어버리면 도대체 번식은 어떻게 할까?

운 좋게도 첫 번째 꽃에서 잡히지 않고 여러 꽃을 다니다가 

다른 꽃에 가서 잡혀먹기도 하기 때문에 꽃가루받이가 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최대의 번식 기회를 추구하는

식물들의 보편적인 생태로 볼 때는 매우 특이한 녀석이다.

 

그에 비하면 끈끈이주걱은 상당히 현명하다.

끈끈이주걱은 잎이 땅바닥에 붙어있다시피 하고

덩치에 비해 꽃대를 최대한 높이 올려 꽃을 피우기 때문에

수분 곤충이 잎의 촉수에 걸려들 위험은 거의 없다.

 

 주걱같이 생긴 잎의 촉수는 붉은색을 띄고 있어서

흰색의 꽃을 좋아하는 곤충은 촉수 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이로서 수분을 하는 곤충과 먹이가 되는 곤충의 살생부가 분명해 진다.

그래서 끈끈이주걱은 끈끈이귀개보다 자생지가 많은 듯하다.

 

끈끈이귀개는 끈끈이주걱보다 훨씬 더 큰 꽃을 피우고,

온 몸을 촉수로 만들어서 큰 곤충도 더 많이 잡아먹지만

바로 그 욕심이 멸종의 길로 가게 만드는 요인인 듯하다.

끈끈이귀개의 생태를 보면 당장의 먹고 살기에 급급해

더 큰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현실을 보는 듯하다.

 

근래에 사교육비나 양육비 문제로 아이를 아예 낳지 않거나

적게, 늦게 가지려는 추세가 국가적 문제가 되었다.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둘도 많다며 난리를 치던 나라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아기를 적게 낳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이나 출산을 망설이는 요즘 세태를 보면

우리나라도 끈끈이귀개 나라처럼 쇠락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끈끈이주걱, 전남 영광, 곤충이 여유로와 보인다.)

 

 

 

2009. 1. 20. 꽃이야기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