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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억새와 갈대, 그리고 달뿌리풀 이야기

 

달뿌리풀

Phragmites japonica Steud.

 

계곡이나 냇가의 모래땅에서 자라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m 정도. 뿌리줄기가 마디에서 뿌리를 내면서 땅 위로 뻗는다.

8~9월 개화. 꽃은 자주색으로 원추꽃차례의 길이 25∼35cm.

한국, 일본, 중국(만주), 우수리강(江) 유역, 몽골에 분포한다.

[이명] 달, 덩굴달, 달뿌리갈(북한명)

 

 

 

 

 

 

아주 옛날에는 억새와 갈대가 산에서 사이좋게 살았다.

어느 날 갈대가 강가에 바람 쐬러 며칠 다녀온다더니

그만 거기가 좋았던지 눌러앉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어릴 때 읽어서 지금은 기억이 어렴풋한 어떤 시(詩)에서,

'갈 때는 돌아오마고 가더니 갈대는 영영 돌아오지 않고,

억새는 산 위에서 억세게 기다린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억새, 전남 신안)

 

식물분류학으로 보면 갈대와 억새의 구분은 간단하다.

갈대의 잎은 부드러우며 가운데에 잎맥(中肋)이 보이지 않고,

억새는 잎 가장자리가 살을 벨만큼 억세고 가운데에 흰맥이 뚜렷하다.

갈대의 꽃차례가 익으면 갈색을 띄며 어수선 하지만

억새는 은빛으로 빛나며 가지런한 먼지털이 모양이다.

 

분별적인 지식은 쉽고 명확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거나 혼동하기가 쉽지만

시인이 우스갯소리처럼 쓴 시는 세월이 흘러도

깊게 각인되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지식이 많고 시인은 지혜가 깊은 탓일까?

 

 

(갈대, 전남 강진)

억새와 갈대를 반반씩 닮은 듯한 달뿌리풀은 구별해내기가 까다롭다. 

시인처럼 풀어내면 아주 쉬울 듯한데 말이다.

 

옛날에 달뿌리풀도 갈대를 따라 강으로 가던 중이었다.

도중에 큰 비를 만나 개울물이 급류가 되자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떠내려가지 않고 며칠을 버텼다.

그 와중에 포기마다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내려

물 맑은 계곡에 아주 눌러앉아 살게 되었는데,

서로 뿌리를 달고 살아서 달뿌리라고 한다.

 

          (달뿌리풀, 충북 - 인디카 사진)

 

이 풀은 이렇게 태생적으로 억새와 갈대의 중간에 있으니

이 녀석을 억새와 갈대와 분별해서 조목 조목 알아보자고 하면

또 얼마나 많은 지식을 입력하고 저장해야 하겠는가?

그냥 큰비가 오면 급류가 될만한 계곡과 하천에 자라는 것이

대체로 달뿌리풀이거니 여겨도 십중팔구는 맞을 것이다. 

 

옛날에는 달뿌리풀이 사는 골짜기마다 작은 마을이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갈대가 사는 강을 끼고 있는 도시가 커지고 있다.

산골 마을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적막한 계곡에서

달뿌리풀은 옛 사람들을 무척 그리워할 것 같다.

 

 

2012. 9. 9. 꽃이야기 74.

 

 

 

 

억새

Miscanthus sinensis var. purpurascens (Andersson) Rendle

 

산과 들에서 자라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2m.

잎의 아래 부분이 줄기를 감싸며 잎 가운데 맥이 희고 굵다.

9월 개화. 꽃차례는 부채꼴로 길이는 10∼30cm다.

뿌리를 약용,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나 지붕 잇는 데 쓰인다.

한국(전지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17종의 야생 억새가 등록되어 있다.

[이명] 자주억새

 

 

 

 

 

갈대

Phragmites communis Trin.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사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m 정도. 잎이 줄기를 감싸지 않으며, 줄기에 마디가 보인다.

8~9월 개화.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처음에는 자주색이나 담백색으로 변한다.

어린 순은 식용. 줄기는 발, 삿갓 등을 만들고, 펄프 원료로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진토(鎭吐), 소염(消炎), 이뇨, 해열, 해독에 사용한다.

[이명] 갈(북한명), 갈 때, 달, 북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