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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물레방아 만들며 놀던 추억의 골풀

 

골풀

Juncus effusus var. decipiens Buchenau

 

냇가나 습지에 나는 골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5 ~100cm.

줄기는 원기둥 모양, 잎은 줄기 밑부분에 비늘처럼 붙어있다.

5~6월 개화. 줄기는 세공용, 속살은 약용한다.

한국, 동북아시아,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등심초.

 

 

 

 

어린 시절에 물레방아를 만들며 놀았던 추억이 있다.

냇가에 흔했던 이름 모를 풀로 물레방아를 만들었는데

식물에 취미를 붙이고 나서야 그 이름이 골풀인 것을 알았다.

골풀은 줄기가 둥글고 매끈해서 조리를 만들어 놀기도 했고,

메뚜기를 잡아서 줄줄이 꿰어 다니기도 한 풀이었다.

 

옛날에는 이 풀의 매끈한 껍질로

작은 방석 같은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만들어 썼다.

그리고 줄기 속에 국수가락처럼 생긴 하얀 섬유질을 

등잔 심지로 썼기 때문에 등심초(燈心草)로도 불렀고,

이것을 가루로 만들어 진통, 이뇨, 지혈제로 썼다고 한다.

 

‘한국 식물명의 유래’(2005, 이우철 지음)에서는

‘골풀’이라는 이름이 ‘골짜기에서 나는 풀’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평탄하게 흐르는 하천 주변이나 습지에서 잘 자란다.

 

(골풀, 인디카 사진)

 

어릴 적만 해도 냇가에 흔히 보이던 골풀이

요즈음은 어쩐 일인지 고향에서 사라져 버렸다.

골풀이 살던 자리는 갈대처럼 키 큰 식물들이 차지하고

사시사철 노래 부르듯 흐르던 맑은 시냇물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소리 없이 흐느끼는 듯하다.

사람이 사라진 마을의 산이 너무 울창해져서

이제는 개울물조차 흘려보내지 않는 탓이다.

 

논두렁을 지날 때 놀래 튀던 메뚜기도 볼 수가 없고,

냇가 풀밭마다 풀을 뜯던 소들이 사라진지도 이미 오래다.

어린 나이에 무작정 도시로 나가서 소식이 끊긴 친구가 여럿이고,

친구 하나는 젊은 나이에 농약 중독으로 죽었다.

어떤 친구는 나이 오십이 넘도록 홀로 살다가 목을 매기도 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밀어닥친 산업화와 도시화의 쓰나미에

두메산골 고향산천과 친구들, 풀과 벌레들은

새벽 하늘의 별들처럼 가을의 낙엽처럼 사라져 갔다.

 

골풀 물레방아를 걸어놓고 놀던 개울이 사라졌듯이

아름다웠던 옛날 추억의 흔적 하나 남지 않은 오늘,

홀로 살아 남은 고아처럼  나는 도시 문명 속에서 외롭다.

 

꽃이야기 40

 

 

청비녀골풀

Juncus papillosus Franch. & Sav.

 

습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40cm.

7~8월에 개화.

다른 이름은 실골, 푸른비녀골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