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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해오라비난초의 멸종에 관한 불편한 진실

 

 

 

 

해오라비난초

Habenaria radiata (Thunb.) Spreng.

 

양지바른 습지에 나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40cm. 7~8월 개화, 한국, 일본에 분포

[이명] 해오리란, 해오라기란, 해오래비난초 등.

 

 

 

 

 

 

 

이 참담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야생화 농장을 경영해온 분으로부터

우리나라 해오라비난초의 멸종 과정을 들은 얘기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원 부근에 이 난초의 대군락이 있었는데,

1978년에 L모라는 사람이 20~30만 포기를 뽑아서 일본에 팔았다.

이것이 불법채취인지 밀수출인지는 당시 법을 모르고 말할 수는 없다.

L모씨는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자생지에 남아 있던 수천 포기를

충북 모처의 사유지로 옮겨 심고, 증식을 해서국내에 팔았다.

 

여기서 ‘원예종 해오라비난초’라는 유령종이 탄생하게 된다.

‘원예종 해오라비난초’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종이다.

야생의 난초를 자생지와 조건이 다른 농장에서 증식하다 보니

꽃모양이 변형된 것뿐이다.

자생지보다는 기온이 따뜻하니 꽃이 커지고

꽃잎이 깊게 파이는 변이가 일어난 지도 모르겠다.

 

(야생의 해오라비난초(왼쪽)와 재배한 개체(오른쪽)는 그 꽃모양이 약간 다르다)몇 년 전에 믿을만한 분으로부터 야생이 확실하다는

이 꽃 몇 촉을 구해서 자생지와 비슷한 땅을 찾아 심었다.

막상 꽃이 피고 보니 흔히 말하는 원예종 같았다.

야생이 확실하다며 모종을 구해준 분도 면목이 없게 되었다.

이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실제로 수원의 자생지에서 채취되어 충북 모처의 개인 농장을 거쳐

 수도권의 어느 농장으로 이주해 온 해오라비난초들을 관찰해 보면,

온실에서 신경 써 잘 관리한 난초들은 꽃이 크고 잎이 깊게 패였으나,

땅이 모자라 방치해둔 개체들은 야생의 꽃처럼 피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서 30여 년 전,

 수십만 마리의 해오라비 낙원을 되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어디서 이 꽃이 피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전국의 야생화 동호인들이 성지순례 하듯 모여든다.

이 꽃 한두 포기에도 오매불망하는 요즘 사람들이

이 참담한 멸종사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해오라비 수십만 촉을 일본에 팔아 넘겼다는 사람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꽃이나 훔쳐 파는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그 모양 그 꼴이지 뭐...”

 

2012. 1. 14. 꽃이야기 32

 

 

 

 

 

 

 

잠자리난초

Habenaria linearifolia Maxim.

습지에 나는 난초과 해오라비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70cm. 줄기는 곧게 서고 5~7개의 잎이 어긋난다.

6~8월 개화. 해오라비난초와 같은 환경에서 난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해오라비아재비, 해오라비난초, 십자란, 큰잠자리난초

 

 

 

 

 

 

 

 

개잠자리난초

Habenaria cruciformis Ohwi

 

습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80cm.

줄기는 곧게 서며, 5~7개의 잎이 어긋난다.

6~8월 개화. 한국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다.

* 잠자리난초와 입술꽃잎과 거의 형태가 약간 다르며,

일반적으로 개체가 크고, 꽃이 풍성하게 달리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