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경이
Ottelia alismoides (L.) Pers.
물 흐름이 거의 없는 물속에서 자라는 자라풀과의 한해살이풀.
물속 수염뿌리에서 잎이 뭉쳐나며(침수성 식물) 꽃줄기의 길이 25∼50cm.
8∼9월에 개화. 꽃 지름 3cm 정도. 기관지천식, 종기 등에 약용한다.
한국,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물배추, 용설초(龍舌草)
고요한 수면 위에 요정처럼 피어나는 꽃이 있다.
인적 없는 작은 연못에 제 그림자를 드리우며 피는 그 꽃은
잎도 줄기도 보이지 않아 물에 앉은 나비처럼 보인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먹구름 속에서는 천둥이 또 그렇게 울어야 한다는데,
물속에 뿌리를 두고 물 위로 꽃을 피우는 일은 그 얼마나 어려우랴!
발끝으로 선 발레리나처럼 절묘하게 물 위에
꽃 한 송이 밀어 올리는 이 식물의 이름은 물질경이다.
물속의 잎이 질경이의 잎을 닮아서 물질경이겠지만,
잎이 풍성하고 우람해서 물배추라고 불리기도 한다.
수생 식물들 중에 물속에서 이처럼 넓은 잎이 자라며
꽃만 물위에 나오는 식물은 물질경이 뿐일 것이다.
물질경이 꽃이 핀 물속엔 검은 녹색 잎들이 수풀처럼 무성하다.
색깔은 소박하고 묵직하며 겸손하지만 어쩐지 깊은 고통이 느껴진다.
그 잎들이야말로 먹구름 속에서 우는 천둥의 모습이다.
물질경이의 잎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들은 비록 갈채와 영광을 받는 일도 없으나
세상의 근본이며 이를 먹여 살리는 생산자다.
세상에는 권력과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목받지 못한다.
이 모두가 물질경이의 꽃과 잎처럼, 하나의 생명체요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관객 없는 스타는 존재할 수 없고,
민심이 떠난 권력은 줄기가 끊어진 꽃과 같다.
2012. 9. 8. 꽃이야기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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