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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먹으면 졸음이 온다는 조름나물

 

조름나물

Menyanthes trifoliata L.

 

습지나 도랑에 자라는 조름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줄기는 둥근 모양으로 높이 30cm 정도. 꽃의 지름 1~1.5cm.

한반도 내에서는 4월말~5월, 백두산 지역은 6~7월에 개화한다.

잎을 약용 건위, 해열, 진통, 구충제) 한다.

한국(삼척 이북) 일본, 북반구의 한대, 온대 지역에 분포한다.

 

 

 

 

 

 

조름나물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생지가 몇 군데밖에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식물인데다가 여러 사정으로 그곳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나물이라고 부르니 옛날에는 먹을 만큼은 있었던 듯하다.

 

조름나물이 특별한 맛이 있거나 꽃이 아름다워서

 남채의 대상이 되었었다는 소문을 들은 일이 없으니,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북쪽으로 자생지가 올라가지 않았나싶다.

그러고 보니 조름나물의 꽃은 하얀 눈송이를 닮아서

따뜻한 날씨에는 녹아버릴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조름나물은 본초강목에 수채(睡菜)라는 약재의 이름으로 나온다.

잠이 오는 나물이라는 뜻이므로, 옛 이름은 ‘졸음나물’이었음이 분명하다.

스웨덴에서는 조름나물을 아편 대신 상비약으로 쓴다고 하며,

옛 문헌에도 피를 맑게 하고 해열과 진통의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 풀은 어느 정도 신경안정제의 성분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근래에 어떤 지역에서 조름나물의 새로운 군락지가 발견되어서,

안내 표지를 설치하고, 야생화 촬영대회를 열겠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이 귀한 식물의 군락지를 새로 발견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기서 촬영대회까지 열겠다고 하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기사를 보니 그 자생지가 배구코트 넓이도 않되는 습지였다.

전국의 야생화 동호인들이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게되면, 

그 자생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그 지역은 한 때 석탄 산업으로 제법 돈이 돌던 곳이었으나

요즘에는 폐광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라고 한다.

무조건 관광객을 불러들여야하는 절박한 사정이 이해는 되지만,

그곳을 훼손하지 않을 방도를 먼저 마련해놓고 벌일 일이다.

 

조름나물은 수천만 년 대자연사의 살아있는 화석이기 때문이다.

이 자생지가 한반도의 북쪽으로 점점 옮겨가면

우리 당대에 이 땅에서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2012. 5. 9. 꽃이야기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