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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한만(韓滿) 국경을 병풍처럼 두른 개병풍

 

개병풍

Astilboides tabularis (Hemsl.) Engl.

 

깊은 산골짜기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줄기의 높이 약 1m. 잎이 큰 것은 지름 75cm 정도이고 톱니가 있다.

6~7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강원도·경기도의 높은 산에 드물게 분포하며 백두산 주변에 흔하다.

[이명] 개평풍, 골평풍

 

 

 

 

압록강 상류에서 야생화를 탐사하다가 어린 북한 병사를 보았다.

우리나라의 보통 중학생들보다도 훨씬 작아 보이는 그 병사는

철조망에 매달려 뭐라도 좀 달라는 간절한 손짓을 하고 있었다.

 

몇 년 전인가, 북한 청소년의 신장이 점점 작아져서

입대 가능 최저 신장을 142cm로 낮추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키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 평균키와 비슷하다.

세상 어디에 이렇게 작은 군인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들의 위대한 수령님과 그 아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인류역사상 그 어떤 절대권력도 하지 못했던 위대한(?) 일을 해냈다 .

압록강변에서 그 위대성의 실체를  내 눈으로 확인하였으니,

한 세대의 체구까지 줄인 이런 위업은 신(神)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압록강이나 두만강 상류는 하천이 얕고 숲이 울창해서

마음만 먹으면 국경을 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터인데,

근래에 탈북민들이 줄어든 것은 공포와 통제 때문일 것이다.

처음 탈북을 했다가 소환되는 사람은 손아귀를 뚫고,

두 번째로 탈북한 사람들은 코를 꿰어 북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요즈음은 바로 총살을 하는 공포정치로 국경을 잠재운 듯하다.

 

그 압록강 양쪽 숲 속에 개병풍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병풍은 펼쳐 세워서 무엇을 가리거나 외풍을 막아주는 물건이니,

국경선을 따라 살기에 그 의미가 아주 제격이다.

 

 

 

‘개병풍’의 이름에서 ‘개’를 뒤집어 쓴 까닭은

‘병풍쌈’이라는 식물보다는 맛이 못하다는 의미 같고,

‘병풍’은 잎이 아주 넓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그 군락 중에서 크게 자란 잎은 지름이 1미터 가까이 되었으니

우리나라 식물 중에서 이보다 잎이 넓은 식물은 본 적이 없다.

 

허장성세 같은은 개병풍의 이름에서 한 가닥 희망을 가져 본다. 

백성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는 나라는 그 울타리가 개병풍과 같아서

언젠가는  허울 뿐인 국경은 자유의 바람에 스러지고,

생이별한 혈육이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날이 오리라고....

 

 

2012. 7. 22. 꽃이야기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