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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백두산 고산화원의 자주구름, 두메자운

두메자운

Oxytropis anertii Nakai ex Kitag.

 

높은 산의 중턱 이상에 자라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2cm 가량.

뿌리가 매우 비대하며 깃꼴겹잎의 작은 잎은 뾰족하고,

잎은 명주실 같은 털로 덮여있다. 6~7월 개화.

한국(북부), 중국 동북지방에 분포한다.

 

 

 

 

 

 

백두산 고산화원에는 6월이 되어서야 눈이 녹는다.

눈이 녹으면 온갖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올라

얼어붙었던 툰드라에 갑자기 혈색이 돌기 시작한다.

 

누런 산자락에서는 자주색 꽃들이 눈에 잘 띄어서,

멀리서 보면 자주 구름이 감도는 듯하다.

이 자주구름의 계절이 끝나면 툰드라가 초록색으로 바뀌고

금매화, 껄껄이풀, 화살곰취 같은 노란색 꽃들이 핀다.

 

자주와 분홍색 꽃들이 눈에 드는 6월은 백두산의 봄이고

노란 꽃들이 산자락을 뒤덮는 7월은 백두산의 여름이다.

 

 

두메자운은 좀참꽃, 담자리참꽃나무, 좀설앵초와 함께

6월의 백두산 고산화원을 자주색으로 수놓는 꽃이다.

나는 ‘자운(紫雲)’이라는 꽃 이름을 좋아하며, 감탄한다.

자주색 꽃이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구름과 같다는 뜻이니

백두산 초원에 펼쳐지는 봄의 향연이 그대로 그려진다.

 

하지만 ‘두메’라는 접두어는 적절하지 않다.

‘두메’란 말은 첩첩산중(疊疊山中)을 말한다.

두메는 굽이굽이 산을 돌아서 다다르는 깊은 산골이지만

산이 포근하게 둘러싸고 물이 흐르고 사람이 사는 곳이다.

 

두메자운은 사람이 살지 않는 높은 산에 산다.

그 곳은 물이 부족하고 바람이 거세고 추운 곳이다.

 

 

 

두메자운은 반 뼘 남짓한 작은 키에 굵은 뿌리를 내려서

고산의 추위와 바람과 수분의 부족을 견뎌낸다.

보통 콩과식물은 아카시 잎처럼 둥글게 생겼지만

두메자운의 잎은 침엽수의 뾰족한 잎을 닮아서 

이 식물이 고산식물임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두메자운’에게 걸 맞는 이름은 ‘고산자운’이다.

 

두메자운 말고도 고산식물에 ‘두메’를 붙여 

높은 산과 깊은 산골을 혼동케 하는 이름이 꽤 많다.

꽃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이런 이름들을 생각 없이 쓰다 보면

저마다의 아련한 추억이 꿈결처럼 포근한 고향 두메산골이

자칫 삭막한 산자락으로 자리잡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든다.

 

2011. 12. 31. 꽃이야기 27

 

 

 

 

 

 

 

애기자운

Gueldenstaedtia verna (Georgi) Boriss.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뿌리는 길고 비대하며, 잎은 밑동에서 밀생한다.

4월 개화. 한국(대구, 평북),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털새돔부, 털새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