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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타. 광릉요강꽃아

광릉요강꽃

Cypripedium japonicum Thunb. ex Murray

 

난초과 복주머니란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40cm.

4~5월 개화. 한국(한북정맥, 덕유산), 일본, 중국에 분포.

[이명] 광릉복주머니란, 치마난초. 부채잎작란화

 

 

 

 

 

광릉요강꽃은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된 식물이다.

어느 식물학 교수의 말에 의하면 멸종위기 1급이란,

‘자연상태에서 사실상 멸종된’ 것이다.

 

2007년 경, 덕유산에 자연 군락이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오매불망하던 광릉요강꽃을 찾아 나섰다.

꽤 먼 거리였지만 길이 잘 나 있어 쉽게 찾았는데,

아뿔사! 그곳은 이미 감시카메라에 철책까지 두르고 있었다.

숲은 어둡고 철책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꽃은커녕 울타리 안에 뭐가 있는지 관찰할 수도 없었다.

 

 

그곳을 철책으로 두르고 아예 보지도 못하게 하였으니,

어느 교수의 말대로 ‘자연 상태에서 사실상 멸종된 것’이다.

2010년에도 충북 영동의 작은 산에서 군락이 발견되었지만,

그 즉시 덕유산의 전례에 따라 바로 감옥에 갇혀 버렸다.

 

‘광릉요강꽃’은 경기도 광릉일대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그 뿌리의 암모니아 성분 때문에 지린내가 나는데다가

꽃 모양이 요강을 닮아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광릉에서 한북정맥을 따라 북으로 이어지는 죽엽산, 명지산, 국망봉,

그리고 화천일대를 누비는 약초꾼들은 지금도 어쩌다 만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소문이 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주변이 단단하게 다져지고

사진을 깨끗하게 찍으려는 욕심때문에 꽃에 드리운 그늘이 제거된다.

그렇게 되면 번식은커녕 제 명에 살지도 못한다.

더러는 이 꽃을 몰래 캐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이 난초는 그 토양에 있는 난균류와 공생하기 때문에

생태전문가가 아닌 한 옮겨 심어서 살리지 못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나는 어떤 고마우신  동호인의 안내로

꿈에도 그리던 광릉요강꽃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간 듯 주변은 반질반질하고,

나 역시 이들의 멸종을 재촉하는 대열에 끼고만 것이다.

 

내 생애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감사하면서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겠다는 작별인사를 했다.

그것은 죽음 뒤의 공허를 보지 않으리라는 절망의 인사였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타. 광릉요강꽃아.

 

 

2012. 1. 13 꽃이야기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