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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나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조개나물

 

 

 

조개나물

Ajuga multiflora Bunge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전체에 털이 많이 나고, 줄기는 곧게 선다.

4~6월 개화. 꽃이 달린 원줄기와 잎은 약용한다.

한국(전역),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 풀꽃 중에서 ‘나물’이라고 불리는 것이 150여 가지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냉이, 달래, 도라지, 고사리, 쑥 같은 것들은

그 이름에 나물이라는 말이 없지만 맛있게 먹는 나물들이고,

‘나물’이름이 붙은 조개나물, 광대나물, 벼룩나물 등은 맛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궁금증을 못 이겨 조상들의 삶을 기록한 문헌들을 살펴 보고나니

나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물 하면 누구나 향기로운 반찬을 떠올리겠지만,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는 부족한 양식 몇 톨에다

나물을 보태 죽을 끓여 주식을 대신했다.

 

 

이른 봄에 나오는 풀 중에 ‘나물’이라는 이름이 많은 까닭은

보릿고개를 넘기며 웬만한 풀들은 모두 죽을 쑤어먹었기 때문이다.

조개나물을 ‘나물’이라고 하는 연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나는 조개나물 몇 포기를 요리사에게 부탁해서 무쳐 먹어보았는데,

맛도 향기도 없는 보통 들풀과 다름없는 '나물'이었다.

 

조개나물은 이른 봄 풀밭에서 고둥(주1)이나 소라모양의 싹을 내민다.

싹의 색깔도 자주색이나 고동색(주2)이라서 조개의 색깔과 비슷하다.

조개나물의 영어명은 ‘Korean pyramid bugle’(한국의 피라미드형 고둥 나팔)이다.

조개나물과 의미가 통한다.

 

이런 풀들에 ‘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이유는

맛은 없어도 최소한 독이 없어 허기를 면할 수 있다는 ‘인증서’인지도 모른다.

맛이 좋고 즐겨먹는 식물은 굳이 나물이라 하지 않고,

맛은 없지만 먹을 수 있는 식물에 ‘나물’을 붙여서

보릿고개나 큰 흉년에 살아남을 지혜를 남긴듯하다.  

 

특히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강원도 어느 지방에는

‘시집을 가려면 나물 이름 서른 가지는 알고 가야 된다’는

속담까지 있었다고 하니 더욱 그런 심증이 간다.

 

가축이 먹던 것이 ‘여물’이었다면,

가난한 백성들이 먹던 양식은 ‘나물’이었다.

그렇게 모진 세월을 연명한 조상 덕에 오늘의 내가 있으니,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풀들을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2012. 4. 10. 꽃이야기 57.

 

 

* 주 1. 고둥 : 소라모양의 작은 조개류, '고동'은 표준어가 아님.

** 주 2. 고동색 : 한자로 古銅이라고 쓰니 오래된 구리색을 뜻함.

 

 

 

 

 

 

 

붉은조개나물

Ajuga multiflora f. rosea Y.N.Lee

 

조개나물과 같으나 꽃이 분홍색을 띠며,

조개나물 군락지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흰조개나물

Ajuga multiflora f. leucantha (Nakai) T.B.Lee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15cm.

조개나물에 비해 키가 높지 않으며 흰 꽃이 피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이명] 흰꽃조개나물(북한명)

 

 

 

 

 

금창초

Ajuga decumbens Thunb.

 

갈가나 밭둑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cm 미만.

줄기는 눕고, 전체에 털이 있다. 3~6월 개화.

꽃은 자주색, 분홍색, 흰색. 어린 식물은 식용한다.

한국(남부),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지조개나물, 금란초, 섬자란초

 

 

 

 

자란초

Ajuga spectabilis Nakai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줄기가 곧게 서고 잎은 마주난다. 잎의 길이 17cm,

너비 9cm 정도로 큰 편이다. 6월 경 개화.

한국 특산 식물.

[이명] 자난초, 큰잎조개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