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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손바닥 안의 작은 행복, 물봉선

 

 

물봉선

Impatiens textori Miq.

 

산과 들의 약간 그늘진 곳이나 물가에 나는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잎 끝이 뽀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가지런하다.

8월~9월에 개화.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물봉숭아(북한명), 불봉숭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이 사라지기 전에 첫 눈이 오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꽃잎으로 물을 들이는 봉숭아는 중국 쪽에서 들어온 화초이고,

물봉선은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서나 피는 야생화다.

이름대로 물가나 습한 그늘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구름 안개가 자주 지나는 산마루에도 산다.

물봉선은 손톱에 꽃물을 들이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나는 가을에 물봉선의 열매를 터뜨리는 짓을 즐긴다.

지천명이 넘어 이런 심술을 즐기다니 별일이기는 하지만,

탱글탱글하게 익은 열매를 살며시 움켜잡기만 해도

손바닥을 간지럽게 때리는 생명의 탄력이 무척 행복하다.

어린 메뚜기를 살포시 손아귀에 감싸 쥔 느낌이다. 

    

(물봉선, 노랑물봉선, 흰물봉선은 자생환경이 비슷하여 같이 자라는 곳이 많다. 경북 일월산)

 

물봉선은 그렇게 씨앗을 튕겨서 흩어 뿌린다.

씨앗을 바람에 멀리 날려 보내려는 식물들이나

동물에게 부탁해서 멀리 보내는 식물들과는 달리,

물봉선은 가족애가 강해서 대가족이 모여 산다.

 

사실 나는 물봉선을 운운할 처지가 못 된다.

오십이 넘어서야 이 꽃을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이 꽃이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하게 자라는 것을 알고는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왔다.

 

살아오면서 어디선가 몇 번은 만났을 터이지만, 

마음이 없으면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어디 물봉선 뿐이겠는가?

다른 수많은 꽃들도 모르고 살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땅에 삼천 가지 들꽃이 핀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고작 열댓 가지 꽃이름만 알고도 잘도 살아왔다.

   

 

2011. 12. 5 .  꽃이야기 19

 

 

 

 

 

노랑물봉선

Impatiens nolitangere L.

 

산지의 습한 곳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물봉선은 잎 끝이 뾰족하고 톱니가 날카로우나,

노랑물봉선은 잎 끝이 둥글고 톱니도 뭉그러진 듯 부드럽다.

8~9월 개화. 한국 등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노랑물봉숭, 노랑물봉숭아(북한명)

 

 

 

 

 

 

 

 

 

 

 

 

흰물봉선

Impatiens textori Miquel var. koreana Nakai

 

물봉선과 대체로 같으나 꽃의 색만 다르고,

물봉선과 섞여 나는 곳이 많다.

[이명] 흰물봉숭, 흰물봉숭아(북한명)

 

 

 

 

 

 

 

 

 

 

 

 

 

처진물봉선

Impatiens koreana (Nakai) B.U.Oh

꿀샘이 있는 꼬리가 아래로 처지고 꽃이 흰색이다.

아래 꽃잎이 확실하게 갈라진 것을 거제물봉선으로 분류한 학자도

있으나,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같은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거제도와 남부지방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이명] 거제물봉선, 밑물봉숭아, 털물봉선

 

 

 

 

 

 

 

 

 

꼬마물봉선

Impatiens violascens

 

경북 보현산에서 발견되어 2010년에 학회에 보고되었다.

물봉선에 비해 꽃과 높이가 각각 절반 정도로 작다.

종소명 'violascens' 는 분홍색이라는 뜻인데, 보통 물봉선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색이라 과연 이 종소명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나는 2008년에 최초 발견자 두 분의 안내로 직접 현장에서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가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