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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맛이 아리고 가슴이 아린 나물, 동의나물

 

동의나물

Caltha palustris L. var. palustris

 

산중의 습지나 개울가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cm 가량. 4~5월 개화. 잎은 식용 또는 소먹이용.

한국, 일본,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참동의나물, 원숭이동의나물, 눈동의나물, 동이나물,

마제초(馬蹄草) 등

 

 

 

 

봄이 되면 숲 속 물가에 동의나물 꽃이 노랗게 핀다.

이 나물은 잎이 곰취나 머위를 닮아서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이른 봄에 나오는 식물들은 대체로 독성이 있다.

 잘 살아보려고 언 땅을 뚫고 힘겹게 고개를 내밀었는데,

겨우내 신선한 야채에 굶주렸던 초식동물들이 날름 먹어치우면

그보다 황당한 일이 없을 것이니, 독성을 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이유로 이 동의나물은 짐승은 못 먹지만 사람은 먹는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에 이런 나물을 해독해 먹는 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나오는 식물일 수록 약간의 독성이 있는데,

옛 사람들은 그것을 '쌉쌀하다'거나 ‘아리다’라고 말했다.

이런 맛을 없애는 전통적인 방법은 ‘우리고, 데치고, 삶고, 말리는’ 것이다.

 

 

동의나물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이런 전통적 방법의 하나인 물에 우리는 방법을 쓴다. 

‘동의나물’이라는 이름은 ‘동이’에 며칠씩 담갔다가 먹은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들어서 흐뭇했던 적도 있었다.

더욱이 어느 지방에서는 ‘동이나물’이라고 부른다니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이우철 박사님이 쓴 ‘한국 식물명의 유래’란 책을 보고서

이런 ‘작은 흐뭇함’이 ‘오만한 발상’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동의나물'의 이름은 일본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동의나물의 일본 이름 ‘Ryukinka'는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 유래야 어찌 되었거나 이런 나물 이름을 대할 때마다,

나물 맛이 아린 것이 아니라, 가슴이 아려온다.

수천 년을 가난하게 살아왔던 백성들의 고단한 삶이

그것도 ‘나물’이라고 먹었겠구나하고 마음이 아린데다가,

그나마 앞의 두 글자는 다른 나라 이름을 베껴왔다니

마음이 아니라 육신의 가슴이 아릴 지경이다.

 

아무래도 '동의나물'은 맑은 물에 우려내서 '동이나물'로 불러야

일제강점기가 남기고 간 독소가 빠져 나갈 듯하다.

 

2012. 3. 15. 꽃이야기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