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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고향을 잃어버린 꽃, 모데미풀

 

모데미풀

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

 

깊은 산 계곡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4월 개화. 한국 특산 식물.

속명 ‘Megaleranthis’는 큰 너도바람꽃이라는 뜻이다.

[이명] 운봉금매화, 금매화아재비

 

 

 

 

 

고향이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도시로만 나가 살아서

두메산골의 작은 마을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모데미풀은 고향을 잃어버린 식물이다.

‘모데미풀’은 기준표본을 남원군 운봉면(현재의 운봉읍)

'모데미'에서  채집한 데서 유래 되었다지만, 지금 그 지명은 없다.

모데미풀이 살던 마을도 사라졌다.

 

 

(태백산의 모데미풀 군락)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모데미풀 표본 채취 지역 

232 군데는 대체로 백두대간의 덕유산 이북, 낙동정맥,

북정맥의  높은 산들과 한라산 자락에 있었다.

 

지리산 지역에서는 표본을 채취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에,

1930년대에 이 식물의 기준표본을 채집한 이후,

80여 년 동안의 환경변화로 사라지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리산 일대에서 모데미풀을 찾아서

모데미 마을을 거꾸로 더듬어 찾아가기도 어렵겠다.

 

내가 어릴 적에는 동네 사람만 아는 작은 동네 이름이 있었다.

이를테면, 윗 동네는 웃모테(웃 모퉁이), 아래 동네는 아랫모테,

동네 어귀는 새모테라고 부르는 식이다.

이런 이름은 방방곡곡마다 흔했던 이름이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지리산 자락의 ‘모데미’도 그렇게 사라진 이름들 중 하나일 것이다.

 

(청태산의 모데미풀 군락)

 

모데미풀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1속 1종의 특산식물이다. 

‘모데미풀’(우리나라의 식물자원(이창복, 1969))이라는 우리 이름을 지어

우리의 식물도감에 자랑스럽게 올린 것이 5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식물의 고향을 잃어버렸다. 

문명한 시대,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고향을 잃어버리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우리는 지난 반세기를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왔다.

 

사라진 것이 어디 마을이름 뿐이랴.

그 많던 어릴 적 친구들, 이웃 간에 주고받던 정, 소중하고 아름다운 풍속들이

작별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고향이 사라진 나는 모데미풀과 동병상련(同病相憐)한다.

 

아직도 모데미란 마을 이름을 기억하는 분들이 가시기 전에,

지리산을 다 뒤져서라도 모데미풀의 고향을 찾아주고 싶다.

 

2012. 1. 8.  꽃이야기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