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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그 기나긴 밤들의 꿈이 아로새겨진 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

Corydalis speciosa Maxim.

 

산의 습한 곳에 나는 현호색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40cm 가량.

줄기는 곧게 서고 속이 비어있으며, 잎은 어긋나고, 2회 깃꼴겹잎이다.

열매는 염주모양이나 2열로 어긋나게 배열되어 가지런하지 않다.

4~5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암괴불주머니, 조선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산뿔꽃.

 

 

 

 

얼음이 녹은 골짜기에는 작은 바람꽃들이 먼저 핀다.

그 다음에는 노루귀, 중의 무릇, 애기괭이밥들이 피지만

이들은 너무 작아서 봄의 풍경을 거들지 못한다.

이른 봄 산골짜기에서 가장 먼저 봄을 보여주는 꽃은

노란 꽃을 화사하게 피우는 산괴불주머니일 것이다.

 

그 이름이 오랫동안 궁금하였던 차에,

인사동의 장신구 박물관에서 우연히 '괴불주머니'를 만났다.

‘괴불’은 옛날 아녀자들이 복주머니 끈에 달고 다니던 노리개를

고양이의 음낭(陰囊)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었다.

‘괴’는 고양이의 옛말이고 ‘불’은 불알을 일컫는다.

 

(괴불주머니로 만든 노리개)

 

괴불(괴불주머니라고도 함)은 색 헝겊을 삼각형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솜을 도톰하게 넣고 수를 놓아서 세 귀에 붉은 수술을 단 것이다.

이때 뾰쪽한 세 귀는 삼재(三災)를 누른다는 벽사(辟邪)의 의미,

즉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우리들의 어머니와 고모들 세대는 밤마다 정성스레 수를 놓아가며

베갯머리며 복주머니, 노리개, 밥상보, 괴불주머니 같은 혼수를

시집가기 몇 해 전부터 준비했다.

자기의 베필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언덕너머 파랑새를 꿈꾸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던 그 기나긴 밤들이 무척 행복했으리라.

 

 

우리 주변에서 괴불주머니가 사라진 것은 반세기쯤 되었을 듯하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사진틀 밑의 괴불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무렵에는 흑백사진들을 조각보처럼 짜 맞춘 액자가 집집마다 걸려 있었다.

이 액자를 밑에서 고이는 못이 보이지 않게 하고, 

집안의 삼재를 막으려고 못 위에 괴불주머니를 얹었다고 한다.

 

문명에 따라 사라져 가고 새로 오는 것이 있음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잊혀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봄마다 만나게 되는 노란 괴불주머니가

꿈처럼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으로 이끌어 준다.

 

2012. 3. 16.  꽃이야기 48.

 

 

 

 

 

눈괴불주머니

Corydalis ochotensis Turcz.

 

산의 습한 곳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가지가 많이 갈라져 엉키고 줄기는 모가 진다.

잎은 어긋나며, 산괴불주머니보다 부드럽고 넓게 갈라진다.

* 7~9월에 개화하므로 산괴불주머니와 구별된다. 

한국, 일본 및 동북아시아, 동시베리아에 분포한다.

[이명] 눈뿔꽃

 

 

 

 

염주괴불주머니

Corydalis heterocarpa Siebold & Zucc.

 

바닷가 모래땅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40~60cm.

자르면 불쾌한 냄새가 난다. 잎은 어긋나며, 3출 깃꼴겹잎.

 3~5월 개화. 괴불주머니류들의 열매는 대개 염주모양이지만,

염주괴불주머니는 열매의 배열이 일직선으로 염주처럼

잘록잘록하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줄구슬뿔꽃, 갯현호색

 

 

 

 

자주괴불주머니

Corydalis incisa (Thunb.) Pers.

 

산과 들의 나무그늘, 축축한 땅에 나는 두해살이풀.

3~4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다.

[이명] 자주뿔꽃, 자주현호색

 

 

 

 

 

 

흰자주괴불주머니

Corydalis incisa f. albiflora Y.N.Lee

 

자주괴불주머니의 변종.

 

 

 

 

 

 

 

 

 

큰괴불주머니

Corydalis gigantea Trautv. & Meyer

 

산지의 숲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m 가량.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 속이 비었으며 마디가 있다.

6~8월 개화. 한국(부전고원 이북), 중국 동북 지방,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뿔꽃(북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