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부채
Symplocarpus renifolius Schott ex Miq.
산골짜기의 그늘진 곳에 나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잎은 꽃보다 늦게 나오며 40cm 까지 자란다. 2~4월 개화.
꽃은 불염포가 싸고 있으며, 발열작용을 해서 얼지 않는다.
한국, 일본, 아무르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우엉취, 삿부채(북한명), 산부채풀, 삿부채풀
앉은부채는 이른 봄에 눈을 뚫고 올라오는 식물이다.
앉은부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이 먼저 떠올랐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영속성'에서 시계 문자판이 치즈 녹은 듯이
테이블 모서리에 늘어져 있거나 젖은 빨래처럼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장면이었다.
혹자는 이 식물의 잎이 부채처럼 넓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달리 같은 화가라면 'ㄴ'자로 ‘앉은 부채’를 그릴 수도 있겠으나,
‘부채가 앉았다’는 뜻의 이름은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들이라면 ‘앉은부채’를 쉽게 이해할 것 같다.
과거에 대통령을 지내신 어떤 분이 '외무부'를 '애무부'로
'관광도시'를 '강간도시'로 발음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지금도 내 고향 '갱상도'에서는 그 특유의 발음 습관으로
형님을 '행님'으로, 부처님을 '부채님'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앉은부채를 볼 때마다
결가부좌하고 정진하는 부처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었다.
이 이름을 쉽게 이해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수류탄을 닮은 꽃을 감싸고 있는 불염포 때문이었다.
이 불염포(佛焰苞)는 바로 부처님의 불꽃이란 뜻이고,
이 ‘불염’은 불교 예술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양이다.
그런데 어느 날 T.V. 자연다큐멘터리에서
코브라의 전설을 듣고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처님이 결가부좌하여 정진할 때 소나기가 쏟아지자
부처님의 크나 큰 덕에 감화되어 늘 그 곁을 지키던 코브라가
온몸으로 부처님을 감싸서 부처님은 비를 맞지 않게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코브라는 몸의 3분의 1을 곧추세우고
가슴을 날개처럼 활짝 펴는 재주를 갖게 되었다.’ 는 내용이었다.
이 전설을 들은 후로는 앉은부채의 불염포를 볼 때마다
부처님을 감싸고 있는 코브라를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은 나의 덕(德)을 크게 하면 비록 독사 같은 사람이라도
어려울 때 나를 도와주리라는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2012. 3. 19. 꽃이야기 51
애기앉은부채
Symplocarpus nipponicus Makino
깊은 산림의 그늘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꽃이 진 후 넓은 잎이 나오는 앉은부채와는 달리
잎이 이른 봄에 먼저 피어 6월경 사라진 후 꽃이 핀다.
7~8월 개화.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우엉취, 작은삿부채(북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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