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바닷가의 붉은 카펫, 칠면초와 해홍나물

 

칠면초

Suaeda japonica Makino

 

해안의 질퍽거리는 갯벌에 나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5~40cm.

줄기 중간부터 가지가 갈라지고, 잎이 통통한 방망이처럼 생겼다.

7~8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에 분포한다.

 

 

해홍나물

 Suaeda maritima (L.) Dumortier

 

소금기가 적은 갯벌에 자라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30~50cm.

줄기 밑동부터 가지가 갈라진다. 잎 한 면이 납작하고 끝이 뾰족하다.

8~9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이명] 갯나문재

 

 

 

 

가을에는 바닷가 드넓은 갯벌에 붉은 카펫이 깔린다.

그 붉은색에는 화려한 차림의 배우들이 걸어가는

영화제의 레드 카펫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게가 있다.

그 색은 태양과 바다와 바람이 천만 년을 빚어낸 신화다.

 

 

(순천만의 칠면초 군락)

가을의 바닷가를 붉게 물들이는 것은 칠면초와 해홍나물이다.

'칠면초'는 연두빛의 싹이 자라서 붉은자주빛이 되는 가을까지

색깔이 여러 번 변하는 것을 칠면조에 비유한 이름이고,

'해홍나물'은 바닷가의 붉은 나물이라는 뜻이다.

 

두 가지 식물이 섞여서 사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해홍나물이 바닷물에 덜 잠기는 곳에서 자라

잎에 뻘물이 덜 들고 채취하기가 쉬워서 ‘나물’이 되었을 성 싶다.

해홍나물도 성장하면서 칠면초처럼 여러 번 색깔이 변한다.

이름만 다를 뿐이지 둘은 쌍둥이처럼 닮은 식물들이다.

 

( 해홍나물(왼쪽)과 칠면초(오른쪽)가 섞여 자라는 곳도 있다. 가지를 치는 모습과 잎의 색상이 다르다.)

 

이 두 식물을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다는 어떤 분은,

잎의 한 면이 납작하고 끝이 뾰족하면 해홍나물이고,

잎이 원기둥 모양에 끝이 둥글면 칠면초니 아주 쉽다고 했다.

이 설명은 어디까지나 전형적인 형태만을 말한다.

 

실제로 만나보면 둥근 듯도 하고 둥글납작한 듯도 하고,

뾰족한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것이 훨씬 많다.

꽃과 줄기의 모양도, 색깔도, 관념적인 언어를 가지고

바닷가에 나가면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몇 년이 지나도록 이름을 불러주기가 어렵기만 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멀리서 보아도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줄기 어디 까지 물에 잠기는가하는 반 뼘의 차이,

색깔의 작고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 때가 내게도 왔다.

 

(강진만의 해홍나물)

 

멀리서 뛰노는 아이들 무리 중에 자기 자식을 금방 찾아내고

아득한 곳에서 오는 이가 그인지 아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다.

진실로 자연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날이 오면

 붉은 카펫 저 멀리서 고단한 노동을 이고 오는 아낙들이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가는 눈부신 미모의 여배우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자연의 깊은 빛에 눈이 순해진 때문일 것이다. 

 

2011. 11. 11. 꽃이야기 10

 

  

나문재

Suaeda glauca (Bunge) Bunge

 

 

메마른 갯벌이나 바닷가의 모래밭에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50~100cm.

해홍나물이나 칠면초에 비해 잎이 길고 밑에서부터 붉게 변한다.

7~8월 개화, 어린 싹은 식용. 한국(중부 이남),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이명] 갯솔나물, 나문쟁이. 고려시대에는 ‘나마자기’로 불린 기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