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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사데풀 이름의 암호해독에 대한 설명서

 

사데풀

Sonchus brachyotus DC.

 

바닷가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8~10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사데나물, 삼비물, 석쿠리, 시투리, 세투리, 서덜채 등

 

 

 

 

 

사데풀은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나 자라는 들풀이지만 

바닷가나 바다 가까운 풀밭에서 더 흔하게 눈에 띈다.

사데풀의 꽃은 민들레의 꽃과 비슷하게 생겼고

전체 모습도 여느 들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데’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몇 년 동안 수많은 사전과 민속과 관련된 자료를 뒤지고,

 여러 박물관을 다녔지만 끝내 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사데’는 문명의 발달에 따라 사라진

우리 생활사의 어떤 도구는 아닐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데풀, 전남 신안군)

 

사데풀은 봄철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데풀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데나물, 삼비물, 석쿠리, 세투리, 시투리, 서덜채...

이 순박한 이름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민초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 식물의 향명들을 늘어놓고 곰곰이 살펴보니

이름에 대부분 ‘3’이라는 코드가 들어있었다.

여기서 '시투리'는 '세투리'의 남부지방 방언으로 간주했다.

이 단계까지는 꽤 그럴듯한 추론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암호 '3'을 풀기 위해 상상을 한 이야기다.

사데풀은 잎이 어긋나기(互生)를 하니까, 홀수인

‘세번째 잎이 나왔을 때, 나물로 먹기에 좋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처음에 세출잎, 석출잎으로 부르던 이름이 

오랜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전해지면서

세추리- 세투리로, 석추리-석쿠리로 변했을 수도 있겠다. 

 

 

(사데풀, 전남 우수영 부근)

 

20세기 초만해도 백성의 90%이상이 문맹이었다고 하니

이런 발음의 변이는 그저 입에서 편한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왕래와 교류가 빈번한 평야지역에서는

언어의 변이와 침식이 더욱 빨라서 석쿠리나 세투리풀이

서덜채나 사데풀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렇게 제멋대로 소설을 쓰고는 스스로 흡족할 때가 많다.

이 비밀스런 자만에는 어차피 까마득한 옛날에 사라진 이야기를

'누가 다시 들추어 시비하랴' 하는 뻔뻔함이 숨어 있다.

새봄에는 전과 다른 사데풀을 만날 것이다. 

 

2011. 12. 26. 꽃이야기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