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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아직도 꺼지지 않은 화산의 불씨, 돌꽃

 

돌꽃

Rhodiola elongata (Ledeb.) Fisch. & Mey.

 

높은 산의 바위 위에 나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30cm. 꽃은 암수딴그루. 수꽃은 노란색, 암꽃은 붉은색.

7~8월 개화. 한국(중부이북), 북반구의 북부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가는잎돌꽃

 

 

 

 

 

머지않아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동북아가 술렁거리고 있다.

백두산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그 불안감이 눈에 보인다.

백두산 초입의 도시인 이도백하(二道白河)에서는 집값이 떨어졌고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은 승합차로 바꾸려 하고 있다.

폭발이 임박하면 가재도구를 싣고 탈출하기 위해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대체로 200년 주기로 백두산에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짐작케 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다.

숙종실록 36권, 1702년 5월 20일(음력)의 기록에,

‘천지(天地)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때때로 황적(黃赤)색의 불꽃연기와

비린내가 방에 가득하여 마치 화로[洪爐] 가운데 있는 듯하여

사람들이 훈열(熏熱)을 견딜 수가 없었는데, 4경(更) 후에야 사라졌다.

아침이 되어보니 들판 가득히 재[灰]가 내려 있었는데, 흡사 조개껍질을

태워 놓은 듯했다.’고 화산폭발의 실상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세종, 헌종실록에도 화산활동 기록이 있으나

사람이 죽었다거나 큰 재앙이 있었다는 내용은 없다.

 

(돌꽃 군락, 붉은색이 암꽃, 주황색은 수꽃. 마용주 님 사진)

 

폭발의 규모가 어떠하였든 분화구 주변의 식물은 모두 죽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땅이 식었을 때, 다시 풀이 돋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때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식물이 돌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용암이 식어서 생긴 돌과 화산재만 남은 황무지에서 살려면

돌꽃처럼 잎이 도톰해서 수분을 충분히 저장할 수 있어야 하고

뿌리가 길어서 땅속 깊은 곳의 물기를 빨아들여야 할 테니 말이다.

 

돌꽃은 암꽃과 수꽃이 다른 포기에서 피는 식물이다.

수꽃은 노란색으로 돌나물 꽃과 비슷하고 암꽃은 붉은색이다.

백두산 폭발로 생긴 황적색의 불꽃처럼 

천지 주변에 피는 돌꽃은 아직도 살아있는 불씨처럼 느껴진다.

 

백두산이 언젠가 다시 깨어나 불꽃을 내뿜더라도

옛날에도 그랬듯이 큰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돌꽃에게 바라건대, 재앙의 불씨가 되지 말고

민족혼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어 주었으면 고맙겠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을 잠에서 깨우고

광활한 만주 벌판을 다시 찾아

일찍이 아시아의 빛나던 등불에 다시 불을 밝히는

그런 불씨가 되기를 기원한다.

 

2011. 12. 1. 꽃이야기 18

 

 

 

* 참고 자료

 

숙종 36권, 28년(1702 임오 / 청(靑) 강희(康熙) 41년) 5월 20일(신축) 2번째기사

함경도 부령부 경성부에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열기가 가득한 변고가 있었다

 

함경도 부령부(富寧府)에서는 이달 14일 오시(午時)에 천지(天地)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때때로 황적(黃赤)색의 불꽃 연기와 같으면서 비린내가 방에 가득하여 마치 화로[洪爐] 가운데 있는 듯하여 사람들이 훈열(熏熱)을 견딜 수가 없었는데, 4경(更) 후에야 사라졌다. 아침이 되어 보니 들판 가득히 재[灰]가 내려 있었는데, 흡사 조개껍질을 태워 놓은 듯했다. 경성부(鏡城府)에도 같은 달 같은 날, 조금 저문 후에 연무(煙霧)의 기운이 갑자기 서북쪽에서 몰려오면서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비린내가 옷에 배어 스며드는 기운이 마치 화로 속에 있는 듯해서 사람들이 모두 옷을 벗었으나 흐르는 땀은 끈적이고, 나는 재가 마치 눈처럼 흩어져 내려 한 치 남짓이나 쌓였는데, 주워 보니 모두 나무껍질이 타고 남은 것이었다. 강변(江邊)의 여러 고을에서도 또한 모두 그러했는데, 간혹 특별히 심한 곳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