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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유령의 숲에서 길을 잃다. 유령란

 

 

유령란

Epipogium aphyllum (F. W. Schm.) Swartz

 

난초과 유령란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굵은 뿌리에서 균사를 내어 죽은 생물에서 유기물을 섭취함.

다른 난과는 달리 순판이 하늘 방향으로 뒤집혀 꽃이 핌. 7~8월에 개화.

한국(북부), 동북아시아, 히말라야,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

[이명] 호설란(虎舌蘭), 육란

 

 

 

 

백두산 자락에 느닷없이 땅이 푹 꺼져든 곳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지하삼림(地下森林)이라고 부른다.

삼림의 바닥에는 땅 속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물이

하얀 김을 내뿜으며 물골을 깊게 후벼 파며 흐른다.

그곳은 사람의 흔적이 없고 초록색의 두터운 이끼와

원시림 사이로 조각난 하늘만 보이는 세상이다.

그 숲은 끝과 시작이 없고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유령란은 그 숲속에 살면서 몇 년 마다 한 번씩

유령처럼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꽃이다.

중국에서는 이 꽃이 호랑이 혓바닥을 닮았다며

‘호설란(虎舌蘭)’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유령란은 엽록소가 없어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땅속에서 균사를 뻗어 동물이나 식물의 사체에서

유기영양물질을 섭취하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잎도 없이 투명한 줄기가 올라와서 꽃을 피우니

유령의 출몰처럼 나타날 곳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유령란은 1930년대에 일본인 식물학자가 백두산 일대에서

관찰했다는 기록이 있은 후, 70여 년 만인 2001년 8월에

한국과 중국의 식물학자 세 분이 다시 찾아냈다고 한다.

어쩌다 인연이 닿아서 그 중 한 분과 친하게 되었는데,

그 분은 이 난을 찾으려고 여섯 차례나 백두산 일대를

찾아 헤맨 끝에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사진으로 보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해서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고 지내던 어떤 분이

8월에 백두산에 같이 가자고 뜬금없는 제의를 해왔다.

백두산의 8월은 꽃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을 때이지만

왜, 무엇을 보러 가는지 묻지도 않고 따라나섰다.

 

그 인연과 인연이 이어진 끝자락에 유령란이 있었다.

백두산에 든 첫날, 숲의 어둠과 안개가 사라지자

수정 같은 유령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유령에 홀려 다니다가 태고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숲을 헤매던 그 시간은 두려웠으나 경이로웠다.

컴컴한 지하세계에서 오페라의 유령에게 끌려다니던

 크리스틴의 마음이 그러했을까....

 

2011. 11. 29  꽃이야기 17

 

 

 

 

 

백두산에서 볼 수 있는 다른 난초들

 

 

 

 

애기풍선난초

Calypso bulbosa (L.) Oakes var. bulbosa

 

침엽수림의 이끼 많은 지역에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잎은 1개로 난형이고 세로 주름이 있고 가장자리가 물결형이다.

5~6월 개화. 한국(양강, 자강도),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숙갈난초, 주걱난초, 풍선란

 

 

 

 

 

 

 

 

 

 

쌍잎난초

Listera pinetorum Lindl.

 

높은 산의 송백류 숲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30cm.

줄기는 곧으며 다소 각지고, 잎은 두 장, 줄기 중간에 마주나며,

잎을 중심으로 아랫부분에는 털이 없고, 윗부분에는 털이 있다.

7~8월 개화. 한국(백두산, 함경도, 평북), 러시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두잎난초, 두잎란

*녹색 식물이나 유전자 분석결과 새둥지란 속으로 분류되었다.

 

 

 

 

 

 

 

 

애기무엽란

Neottia acuminata Schltr.

 

고산의 송백류 숲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5cm.

부생란으로 줄기에 털이 없으며, 잎은 통모양으로 줄기를 둘러싼다.

6~8월 개화. 한국(함경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무엽난초, 좀무엽란

 

 

 

 

 

 

 

 

 

산호란

Corallorhiza trifida Chatelain

 

고산의 침엽수림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부생란으로 땅속줄기가 산호모양으로 갈라지며 육질이다.

6~7월 개화. 한국(백두산 일대, 함경도의 고원), 중국, 러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나도애기무엽란

 

 

 

 

 

 

 

 

구름병아리난초

Gymnadenia cucullata Schltr.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줄기는 가늘고 잎은 2~3 장, 타원형이다. 7~9월 개화.

한국(백두산, 금강산,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 일본에 분포한다.

[이명] 구름병아리란, 산나사난초, 타래난초

* 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것을 점백이구름병아리난초라고 한다.

 

 

 

 

 

 

 

 

 

 

손바닥난초

Gymnadenia conopsea (L.) R.A.Br

 

고산지대의 풀밭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60cm.

뿌리는 덩이뿌리로서 손바닥 모양, 길이 1~5cm로 육질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좁고 뾰족하며 4~6 장. 6~8월 개화.

한국(백두산, 지리산, 한라산) 등 북반구의 북부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이명] 손뿌리난초, 손바닥란, 뿌리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