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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린네가 몹시 사랑한 풀, 린네풀

 

린네풀

Linnaea borealis Linne

 

인동과 린네풀속의 상록 반관목. 높은 산 숲 속에 자람.

줄기는 땅을 기며 털이 있고 갈색을 띰. 꽃줄기의 길이 2~10cm.

길이 1~2cm의 꽃자루에 대칭으로 두 개의 꽃이 달림. 

6~7월에 개화. 한국(북부) 및 북반구 아한대지역에 분포.

 

[이명] 린네덩굴

 

 

 

 

"신은 창조했고, 린네는 정리한다."

‘식물분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린네가 한 말이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국제식물명명규약"은

린네가 창시한 이명법(二名法)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이명법이란 식물의 이름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부분, 즉 대문자로 시작하는 단어는 속명(屬名)을 말하고

두 번째 단어는 종에 대한 설명으로 종소명(種小名)이라고 한다.

 

린네는 그가 만든 이명법에 따라 직접 8,000여 종의 이름을 붙였다.

그 많은 식물들에게 라틴명, 희랍명 등으로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대부분은 모양이나 그 특징을 기준으로 해서 이름을 만들었지만,

어떤 식물에는 친척이나 주변 사람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경용으로 재배하는 루드베키아(천인국)는

그의 스승 Rudbeck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 스웨덴)

그리고 작고 예쁜 풀꽃 하나에는 자신의 이름을 써먹었다.

그것이 바로 린네풀(Linnaea borealis Linne)이다.

이 풀은 영어로 쌍둥이꽃(Twin flower)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꽃대 끝에 쌍둥이처럼 닮은 두 개의 꽃이 나란히 매달려 있고,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저울)의 모양과도 많이 닮았다.

따라서 이 외형적 특징에 따라 이름붙이기가 쉬웠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린네풀이라고 명명한 것은 그가 이 풀을 몹시 사랑했다는 증거다.

 

(백두산 지하삼림의 린네풀, 조옥란 님 사진)

린네는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전해진다.

세상만물의 목록을 만들겠다고 덤벼든 자체가 이미 오만한 짓이니

린네의 오만함은 그가 남긴 업적으로 보아 용서함이 마땅하다.

 

린네의 아버지는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였고, 삼촌과 할아버지도 식물학자였다.

증조할머니는 식물을 연구하다가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화형 당했다고 한다.

지금도 남아있는 린네의 옷, 가구, 그릇들은 온통 식물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와 같이 그는 식물 집안에서 태어나 식물과 함께 살았던 사람이니

작고 어여쁜 풀꽃 하나를 그의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린네야 말로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이름을 남긴 사람이다.

70억이나 되는 인류는 모두 ‘호모 사피언스 린네’이고

이들은 린네가 학명을 붙인 벼(Oryza Sativa Linne)나

밀(Triticum aestivum Linne)에서 나온 양식으로 산다.

 

백두산 호랑이의 가죽은 어디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으나

린네의 이름은 백두산 원시림 속에서 해마다 꽃을 피운다.

 

2011. 11. 22  꽃이야기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