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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백두산을 오르며 느끼는 껄끄러움, 껄껄이풀

 

 

 껄껄이풀

Hieracium coreanum Nakai

 

높은 산자락에 자라는 국화과 조밥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줄기에 거친 털과 잎에 톱니가 있다.

7~9월 개화. 백두산 및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고려조밥나물.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남, 서, 북의 세 방향에서 나있고,

동쪽의 길은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 땅이다.

서백두에서는 차에서 내려서 1,442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돈을 주고 두 사람이 메는 가마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젊은이가 이 가마를 타면 건방지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고,

뚱뚱한 사람이 타면 가마꾼이 애처롭게 보이는 만큼,

가마위에 얹힌 둔중한 몸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아이를 타게 하면 과잉보호한다고 곱지 않은 눈으로 본다.

노인이 타더라도 복잡한 계단에서 껄끄러운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서백두에서 천지로 오르는 계단 주변 풀밭에 노랗게 핀 꽃이 껄껄이풀이다. 왼쪽 돌계단에 가마가 보인다.)

 

가마에 껄끄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사람들만이 아니다.

계단 주변에 노랗게 꽃 핀 껄껄이풀들도 껄끄럽게 본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지만, 북백두에서는 보기 드문 이 풀이

서백두에서는 산자락을 온통 뒤덮고 있어서 해본 소리다.

 

껄껄이풀의 어린잎은 부드러워서 나물로 먹을 수 있으나,

그 시기가 지나면 여느 식물과 마찬가지로 잎이 드세진다.

세어진 껄껄이풀의 잎은 새 지폐처럼 얇고 빳빳한데다가,

잎의 앞뒷면에는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이런 느낌은 ‘깔깔하다’고 표현하면 딱 좋을 듯한데,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껄껄한’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노호배 능선의 껄껄이풀 군락, 앞쪽에 긴타원형으로 크게 보이는 잎은 담자리꽃나무의 잎임)

 

껄껄이풀 때문은 아니지만 백두산에 들 때는 껄끄러운 일이 많다.

사회주의체제의 행동 양식도 그렇고, 말도 통하지 않고

여름 한철에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불편도 그렇거니와,

산에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상식 밖의 큰 돈을 내야한다. 

예컨대 백두산 천지를 굽어보며 도보로 산행을 하고자하면

여러가지 명목으로 우리 돈으로 20만원을 넘게 내야 한다.  

또 산행가이드를 반드시 써야하며 이 비용이 팀당 15만원 정도다. 

중국 사람들은 거의 등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돈은 오직 한국 사람들을 겨냥한 테러 수준의 액수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은 한국 사람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 백두산 탐사경험이 많은 몇몇 한국인이

한국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돈벌이 하는 것을 눈치 챈 중국당국이

산행가이드를 국가독점사업화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돈을 산에 오를 때마다 내야하니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남의 땅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것이 이리도 껄끄러운지라

공연히 죄 없는 껄껄이풀을 잡고 시비를 걸어 보았다.

어서 통일이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백두산에 들고 싶다.

 

2011. 11. 20 꽃이야기 13

 

 

조밥나물

Hieracium umbellatum Linne

 

산이나 들에 흔히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줄기에는 잔털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약간 있다.

7~10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한다.

한국(전역)과 북반구 온대에 분포한다.

노란 꽃이 소담스럽게 핀 모습에서 조밥이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