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어처구니를 닮은 바위솔

 

 바위솔

Orostachys japonica  A. Berger

 

바위나 기와지붕에 사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15cm.

다육질 식물로 9~10월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지상부는 마른다.

항암치료제로 쓰인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와송(瓦松), 기와버섯, 지붕지기 등.

 

 

 

 

‘바위솔’은 그 이름처럼 바위에 자란 소나무 순을 닮았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에서도 자라기 때문에

와송이나 기와버섯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바위솔이 풍성하게 자라던 곳을 다시 찾아갔을 때,

뿌리째 파낸 흔적만 보고 온 적이 여러 번 있다.

그 많던 바위솔이 사라진 연유를 추측건대

이 식물이 암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는 소문이 있어서

누군가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알뜰하게도 뜯어간 듯하다.

 

(봉화 청량사 앞의 둥근바위솔 군락)

 

아닌 게 아니라 불모의 바위에 뿌리를 붙이고

몇 모금도 안 되는 천수(天水)로만 살아가는 그 생명력을 보면

무슨 암인들 이기지 못하랴하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음직도 하다.

바위 위에 무리지어 자라는 바위솔들은

저마다 간절한 기도를 간직한 작은 돌탑 같기도 하다.

 

바위솔은 여러해살이풀이라 지상에 나온 부분만 잘라 가면

이듬해에 다시 나올 텐데 뿌리까지 긁어가는 건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경우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어처구니’라는 명사에는 두 가지의 전혀 다른 뜻이 있다.

그 하나는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이름씨이다.

바위에 자란 바위솔은 그 생김이 '어처구니'를 빼닮아서,

그 바위솔을 뜯어 가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맷돌이 된다.

 

궁궐의 지붕에 올려놓은 잡상을 ‘어처구니’라고도 한다.

궁궐의 어처구니는 중국의 어떤 황제가 잡귀를 막으려고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의 형상을

대궐 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올려놓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처구니를 한자로 ‘어처군(御處軍)'이라고 쓰면

'임금의 처소를 지키는 군사'가 되는데,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어처구니는 백 년에 한 번 지을까 말까 하는 궁궐에만 쓰이다보니

와장(瓦匠)들이 깜박해서 ‘어처구니없는’ 대궐을 지었다고도 한다.

기와지붕 위에 잘 자라던 바위솔을 다 긁어 가면

말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궁궐 지붕'이 된다.

 

식물을 그 효용에 따라 사람이 요긴하게 쓰는 것은 좋지만,

다시 싹을 틔울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011. 11. 8.  꽃이야기 9

 

 

 

 

 

 

좀바위솔

Orostachys minutus (Komar.) A. Berger

 

바위 위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밑동 잎에 손톱 모양의 부수물이 붙어 있다.

9~10월 개화. 한국,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바위솔

 

 

 

 

 

 

 

정선바위솔

Orostachys chongsunensis Y.N. Lee

 

바위 위에 나며 겨울눈으로 월동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7~20cm. 잎은 둥근 모양이나 끝은 뾰족하다.

9~10월 개화. 꽃잎이 연한 노란색이다.

한국(정선일대) 특산식물.

 

 

 

 

 

 

 

둥근바위솔

Orostachys malacophylla (Pall.) Fischer

 

산이나 바닷가의 바위 위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가량.

잎의 끝이 둥근 주걱모양이고 잎 길이 3~7cm이다.

9~12월 개화. 한국(전역),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난쟁이바위솔

Meterostachys sikokiana (Makino) Nakai

 

높은 산 바위틈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10cm.

꽃줄기와 잎이 뭉쳐난다. 8~9월 개화.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