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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쓴맛이 나는 자주쓴풀과 쓰지 않은 개쓴풀

 

자주쓴풀

Swertia pseudochinensis H. Hara

 

산자락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용담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5∼30cm.

줄기가 네모지며 검은 자주색이고, 뿌리는 노란색이고 쓴맛이 강하다.

9∼10월 개화. 잎이 달린 줄기를 건위제와 지사제로 사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털쓴풀, 자지쓴풀, 쓴풀, 어담초, 장아채, 수황연, 당약

 

 

 

 

 

쓴풀은 풀 전체가 몹시 쓰다고 붙은 이름이다.

쓴풀 가문에는 쓴풀, 개쓴풀, 자주쓴풀, 네귀쓴풀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주쓴풀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산천초목이 누렇게 변하는 가을에 피는 꽃이다 보니

자주색의 꽃이 곤충을 유혹하는데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자주쓴풀은 볕이 잘 드는 무덤가 풀밭 같은 곳에서 잘 자라며,

10월 쯤 꽃을 피우다보니 뜻밖의 시련을 겪기도 한다.

추석 벌초 때 허리가 뭉텅 잘려나가는 변을 당한다.

 

남도의 무덤 주변에서 이런 자주쓴풀을 많이 볼 수 있다.

다행히 남도에는 겨울이 늦게 찾아오기 때문에

자주쓴풀은 다시 꽃대를 올려 기어이 꽃을 피워낸다.

(벌초 후 다시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 자주쓴풀)

 

쓴풀이라고해서 사람에게만 쓴 맛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쓰디쓴 고통을 딛고 다시 꽃을 피운 것이다.

좌절을 넘어서 늦게 핀 꽃이라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자주쓴풀의 가까운 친척 중에 쓴풀과 개쓴풀이 있다.

이 두 가지는 꽃은 모두 흰색이고 너무 닮아서

책을 읽어봐도 모양으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개쓴풀은 우선 물기가 많은 땅에 사는 지를 보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잎을 씹어서 쓴맛을 보면 된다.

습한 땅에 자라서 자주쓴풀처럼 쓴맛을 볼 일도 없고,

 제대로 쓴맛을 내지 않으니 개쓴풀이다.

대체로 쓴맛이 강한 식물은 건위제로 많이 쓰인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데, 개쓴풀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개쓴풀처럼 그럭저럭 편히 살며 피운 꽃보다

남도의 자주쓴풀처럼 절망적인 좌절을 겪고도

다시 피운 꽃이 한결 아름다와 보인다. 

사람도 고난을 이겨낼 때마다 아름다와진다. 

 

 

2012. 11. 20. 꽃이야기 98.

 

 

 

 

쓴풀

Swertia japonica (Schult.) Griseb.

 

양지나 반그늘의 풀숲에 자라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 5~2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자주빛이며 전체에 털이 없다.

9~10월 개화. 지름 1cm 내외의 꽃이 가지 끝에 3~5송이 달린다.

줄기와 잎을 약용(건위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당약, 참쓴풀

 

 

 

 

 

 

개쓴풀

Swertia diluta var. tosaensis (Makino) H. Hara

 

들의 습지에서 자라는 두해살이풀. 높이 5∼35cm.

줄기는 연한 노란빛으로 곧게 서고 가지를 조금 내며 네모지다.

9∼10월 개화. 꽃은 연한 자주 줄무늬가 있는 흰색. 지름 15mm 정도.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고, 꽃잎 가장자리에 긴 털이 난다. 

쓴풀·자주쓴풀과 달리 뿌리가 쓰지 않으며, 소화불량·식욕부진 등에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나도쓴풀, 좀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