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고전의 향기를 간직한 삽주

 

 

삽주

Atractylodes ovata (Thunb.) DC

 

양지바른 산자락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8~10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뿌리는 약용(건위, 발한, 이뇨제)한다.

한국(전역), 일본,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창출(蒼朮), 백출(白朮)

 

 

 

 

 

삽주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삽주의 꽃은  백발이 된 도토리 처럼 보여서

한 번 보기만 해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삽주의 뿌리를 말린 것은 창출(蒼朮), 또는 백출(白朮)이라 하여

요즈음도 한방에서 건위, 발한, 이뇨제로 널리 쓰고 있고,

뿌리를 태운 재는 여름철에 곰팡이를 없애는데 썼다고 한다.

 

삽주는 항아리에 하얀 꽃들이 깊숙이 꽂혀있는 모양이라

한 번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꽃이다.  

 삽주는 국화과에서는 보기 드문 암수딴그루 식물로서,

양성화가 피는 개체와 암꽃만 피는 개체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암꽃 상태에서 결실을 맺고 꽃이 지는 개체도 있고,

암꽃 상태에서 수술을 성장시켜 수꽃을 만드는 개체도 있는 모양인데,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보통 꽃들은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꽃을 피우는데

삽주는 위로부터 아래로 꽃이 피는 점도 특이하다.

 

 

고려사 73권에 ‘삽주揷薵’라는 말이 나와 있다.

揷薵는 잡과(雜科:기술직 관리를 뽑는 시험)의 시험도구 였다.

그것은 어떤 경전의 중요한 구문에 각각의 번호를 붙인 다음

같은 번호를 적은 종이 수십 개를 통에 꽂아 놓은 것인데,

 그 중에 10개를 뽑아서 6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격이 되었다.

수많은 문제 중에서 응시자가 임의로 문제를 선택하는 방식이니

그 시대 나름대로 공정한 시험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이 삽주를 하는 도구는 작은 단지에 번호를 적은 한지 조각을

 두루마리로 가늘게 말아서 빼곡히 꽂아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삽주'의 꽃은 이 시험도구의 모양을 많이 닮아서  

이러한 이름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삽주는 암꽃이 딴 그루로 피는 남녀가 유별한 식물인데다가,

위로부터 아래로 피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개화 순서하며,

오랜 세월동안 쓰이던 한약재였으니 참 고전적인 식물이다.

게다가 과거시험 도구의 이름까지 가졌으니 더욱 그러하다.

 

가을 산길에서 삽주를 만나면 그 하얀 꽃들 마다

고전의 주옥같은 구절이 숨어있는 듯하다. 

삽주가 피는 계절에는 그 고전 한권쯤 다시 읽어봄직하다.

 

 

 

2011. 11. 4. 꽃이야기 7

 

* 참고자료 *

 

 

 

삽주의 양성화 (수꽃 상태)

 

 

삽주의 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