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8. 19 (금) 화악산 탐사

화악산에 닻꽃과 금강초롱이 필 때가 되었다.

오래 전부터 벼르던 탐사였다.

 

 

무슨 투구꽃인지 풍성하게도 피었다.

 

 

엉겅퀴에 산제비나비들이 즐겨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엉겅퀴가 보통 보던 엉겅퀴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 째, 꽃 피는 시기가 늦다.

둘 째, 잎모양이 좀 다르다. 깃꼴로 갈라지지 않고 결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셋 째, 바늘이 억세고 단순하지 않고 억센 털 정도로 보인다.

넷 째, 보통 엉겅퀴와는 달리 총포에 까칠한 바늘 같은 것이 보인다.

 

 

도감을 찾아보니 버들잎엉겅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버들잎 모양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엉겅퀴와 버들잎 엉겅퀴의 자연교잡종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정상적인 엉겅퀴보다는

버들잎엉겅퀴 쪽에 훨씬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화악산에도 도깨비부채가 있었다.

한여름 얼마나 더웠는지 너덜너덜해졌다. 도깨비도 더위 많이 타나보다.

 

 

화악산에는 흰진교가 많다.

 

 

배초향인갑다. 박하향이 짙게 난다. 나비들이 좋아서 난리가 났다.

 

 

드디어 닻꽃을 만났다.

내가 바라던 배경은 먼 곳 겹겹산들이 푸른 바다의 파도처럼 보이는 것이었는데...

높은 산의 짙은 안개 때문에 날이 저물어가도록 안개가 걷혀주지 않았다.

 

 

꽃의 상태는 좋았지만 아무리 찍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이쁘게만 찍으면 뭐하나...

 

 

가까이 들이대보면 용담과 식물이라는 테가 난다.

깊고 높은 산에서 혼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났다.

만에 하나 그대로 당할 수가 없어서 인기척이 나는 쪽으로 몸을 일으켰다.

약초 캐는 중년 남자 한 분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배낭에 만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줄기를 보니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이런 분들이 이렇게 샅샅이 만삼을 훑어가니.... 내가 어찌 만삼 꽃을 볼 수 있으랴.

만삼은 산후조리와 암 치료에 좋다고 소문이 나서 꽤 비싸게 팔린다고 하다.

이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캐지말라고 할 수도 없고...

 

 

까실쑥부쟁이도 이제 막 피어나고 있고, 군데군데 구절초들도 개화를 시작했다.

 

 

송이풀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송이풀, 마주송이풀보다 정작 송이풀을 언제 만났던가 싶다.

 

 

금강초롱이다. 몇 개체 피지 않았다.

어둠을 밝히는 초롱의 이미지를 찍고 싶었지만...

아직 이곳에서는 모델을 고를 만큼 꽃이 피지 않았다.

또 내년을 기약해야하나...

 

 

키도 작은 녀석이 자기 키의 절반만한 꽃을 달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닻꽃 사진을 포기하고 차를 주차한 곳 까지 내려왔을 무렵 비로소 내가 원하던 풍경이 나타났다.

꽤 산을 내려왔기 때문에 구름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마침 그곳에도 닻꽃이 몇 개체가 있어서 아쉬운대로 내가 구상하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날씨가 도와 줬더라면.... 저 위쪽에 풍성한 닻꽃 군락에서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올 해 닻꽃과의 인연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이틀 후 울릉도로부터 시작해서 제주까지 배편이 다 예약되어 있어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이 사진은 8월 20일에 의왕 부근에서 찍은 것이다.

어떤 분이 고맙게도 제보를 해 주셔서 좋은 상태에서 만났다.

 

 

4~5일이 지나면 이 구상난풀은 고개를 들것이다.

그 때 나는 서울에 없다.

 

 

이것이 제일 먼저 핀 개체일 것이다.

정면에서 찍고 싶은데...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서 정면을 찍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내년을 기약해야되나...

 

 

구상난풀에서 8km 떨어진 인덕원에 옹굿나물이 있다고 또 다른 고마운 분이 알려주었다.

화류계 생활 8년 만에 처음보는 반가운 꽃이다.

12시까지 촬영을 마치고 배낭을 싸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벌초하는 분이 벌초를 시작한다.

억세게 운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