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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6. 17 (금) 백두산 고산 툰드라 탐사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천문봉 정상 부근에서 천지를 내려다 보았다.

풍경 사진을 담는 분들은 그 감동을 담기에 분주하였지만,

나는 그냥 눈으로만 담아 두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 본들 이런 사진보다 잘 찍을 수 있으랴?

이 사진은 정상 부근에서 팔고 있는 사진인데... 내 똑딱이로 슬쩍 복사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정상부근에서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오면,

휴게소 사진 코너에서 이 사진에 합성을 해서 아주 멋진 백두산 관광기념 사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정상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 했다.

한국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한국돈이 통용된다.

커피 한 잔에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을 주었다.

휴게소 진열대에서 팔고 있는 백두산 사진을 똑딱이로 찍은 것이다.

 

 

오후에는 정상부근에서 장백폭포가 내려다보이는 흑풍구까지 탐사했다.

운이 억세게도 좋았다.

올해는 백두산 정상부근에 개화가 늦어서, 그 날부터 개화가 시작된 것이다.

노랑만병초 군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해발 약 2,500m 쯤 되는 곳이다.

 

 

담자리꽃나무다.

이 툰드라에서는 나무라고 하더라도 한 뼘 이상을 자라지 못한다.

더 키를 키웠다가는 칼바람에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감채다. 남한지역에서는 나도개감채를 가끔 볼 수 있었지만,

정작 개감채를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눈이 채 녹지 않은 고산 툰드라에 이 여리디 여린 꽃이 핀 것을 보고

감개무량해서 '개감채'라고 불렀을까?

 

 

해발 2,300 쯤 내려오니 담자리참꽃나무가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 하루 전이나 이날 처음 핀 꽃들일 것이다.

 

 

이 꽃밭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은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분들이고

앉아 있는 분들은 들꽃을 주로 찍는 분들이다.

 

 

누군가 몰카로 나를 찍어준 사진.

 

 

낙원이 따로 없다.

 

 

분홍색 꽃은 담자리참꽃나무, 흰색 꽃은 담자리꽃나무라고 한다.

족보는 꽤 다르게 보이는데, 이름은 한 자 밖에 차이가 안난다.

 

 

도감에서 사진으로만 만났던 두메자운을 처음 보았다.

 

 

한라산에서는 설앵초를 만났었는데 백두산에 피는 꽃은 좀설앵초라고 한다.

좀설앵초는 키가 설앵초보다도 작고, 잎 자루가 거의 없으며, 잎이 뒤로 말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고 갔더라면 사진을 제대로 찍었을 것을...

공부를 안하고 가면 이래저래 소득이 부실하다.

 

 

이틀 뒤 내려오면서 얼핏 보니까 좀설앵초도 대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아무리 내리고 싶어도, 아니 차를 잠깐 세우고 싶어도,

백두산을 오르내리는 차도에서는 절대로 차를 세우지 못한다고 한다.

수백 대가 줄을 지어 산을 오르고 내리는 2차선 도로에서,

어느 한 대라도 세우면 교통에 혼란이 생길 법도 하다.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다.

 

 

 

냉이를 많이 닮았지만 어디선가.. 책에서 본 듯해서 담아왔더니

 구름꽃다지로 확인 되었다. 산꽃다지, 두메냉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해발 2,200미터 정도로 짐작이 되는데, 이곳에 찝차를 특별히 불러올려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가이드가 이런 행위는 절대 안되는 행위라고 거듭 말했지만,

중국에서는 필요한 라인에 적절히 돈을 흘려넣으면 안되는 일도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모든 차량통행이 금지된 17:00 이후에 은밀히 이루어진 일이다.

 

 

정상에서는 천지의 일몰을 볼 수 있었다.

호수의 얼음이 대부분 녹지 않아서 별로 멋진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