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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6. 5 (일) 우음도, 여명부터 황혼까지

 

 

새벽 다섯시에 집을 나서서 우음도에 도착하니 여섯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해는 생각보다 높이 떠 버렸고... 초원의 빛은 아직 어둡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여기 저기서 대자연의 장관을 담느라 바쁘다.

 

 

옛날에는 강기슭이었다던 공룡알 화석지를 돌아보니

또 다른 대 초원이 펼쳐진다. 

12년 전에는 바다였던 곳 지금은 띠의 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몇 천만 년 전에는 공룡이 살던 강이었단다...

 

 

끝없는 띠의 바다에 홍일점 하나 눈에 띄어서 셔터를 누르는데...

옆에 계시던 할머니 작가 한 분이 한 말씀 하신다.

'사진 찍는 건 좋은데, 저 모델은 옆에 계신 남자 분의 부인이니 얼굴 안나오도록 조심하세요'

옆에 있던 저 여인의 남편되신다는 분... 싱글벙글 웃으며

'괜찮아요. 그냥 편하게 많이 찍으세요' 하신다..ㅎㅎㅎ

 

 

해가 하늘 높이 올라 잠시 우음도를 떠나 주변 풀꽃을 찾아보았다.

기껏 찾아낸 것이 벌노랑이 군락이었다.

 

 

우음도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에도 우음도와 비슷한 지역이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올해부터 우음도가 개발이 되어 아파트가 들어선다는데...

이곳이라도 남아있으면 좋겠다.

 

 

다시 우음도로 돌아오는 길가에서 만난 꿀풀 군락

 

 

어? 여기는 뭔가 심상찮다.

오호라...자세히 보니 가운데 누드 모델이 있었구나..

 

 

이곳은 그 유명한 왕따나무 포인트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녀 누드모델과 모터사이클 부대와

수십명의 작가들이 모여있다.

하늘에 경비행기까지 동원하지는 않았겠지?

 

난 돈도 안내고 끼어들었다고 한 소리 들을까봐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눈요기만 했다.

 

 

여긴 또 다른 곳이다. 웬 여인이 띠밭에서 플룻을 불고 있다.

여기서 불면 연습이 잘 될까?

 

 

에구... 이 사람도 모델인갑다.

프로인지 아마추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요정 모드인갑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인데....ㅎㅎㅎ

 

 

오후내내 저 포즈로 있다.

플룻을 불줄 알까?

풀룻 소리는 들리지 않고

띠밭에 사각거리는 바람소리만...

 

 

 

이번에도 요정 모드다. 화관을 써서 더욱 분위가 산다.

세 명의 사진사와 모델 한 명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허락없이 자꾸 찍으니까 모델을 데리고 초원 깊숙히 들어가버렸다.

그래도 나의 위치로부터는 200밀리로 간신히 잡히는 위치였다.

200밀리로 최대한 당기고 거기서 또 많이 크롭해낸 사진이다.

 

 

우음도는 그런 곳이다.

나무, 띠, 지평선 밖에 없는 곳.

남의 모델을 동냥해서 하루를 보냈다.

 

 

우음도의 저녁은 이렇게 가을처럼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