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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5. 27 (금) 광릉요강꽃을 찾아서...(1)

며칠 전 옆동네에 사시는 동호인 한 분이 느닷없이 문자를 보내기를...

"광릉요강꽃 보셨어요? 위치 정보를 알았는데 주말쯤 가실래요?"

 

나는 이 꽃이 워낙 귀하신 몸이라 구차하게 수소문해서 보러갈 생각이 없었는데

뜻하지않게 이런 제의가 있으면 참 고마운 일이다.

 

 

드디어 개화 예상일 D-day, 설레는 가슴을 안고 대장정에 올랐다.

사실은 먼저 다녀온 분이 말씀하시기를 ...

 '있기는 한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올해 꽃을 보지 못할거'라는

정보를 받은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간 것이다.

등산로 주변에 알록제비꽃의 잎이 많았다.

 

 

금낭화도 끝물이었지만 아주 개체 수가 많았다.

 

 

이 양치식물은 묘한 색감의 변화가 빛처럼 보인다.

색이 빛이 되는 상황이 너무 멋지다 ....

 

 

이 아이들도 자연사에 길이 남을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상된 목표지점에 다가갈 무렵...어린 노루 한 마리가 먹이를 뜯다 말고 나를 보고 있다.

'여기 어쩐 일로 오셨어요? 광릉요강꽃 보러오신거 맞죠?' 라고 말하는 듯...

이곳은 이런 곳이다. 어린 노루가 사람을 겁내지 않고 태연히 풀을 뜯는 깊은 산속이다.

 

 

드디어 만났다. 생전 처음 본 광릉요강꽃....

그런데 메마른 꽃대가 시들어 버린 것인지...꽃은 피지 않았고....

그래도 이미 수많은 참배객들이 성지순례라도 한 듯 주변이 반질반질 했다.

이곳에 있는 개체수는 불과 세 포기.

두 포기는 뭐가 뜯어먹은 듯 보일 듯 말듯 남았고 사실 상 오직 이것 하나 남은 것이다.

이 광릉요강꽃은 꽃이 핀다 하더라도 더 이상 번식할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 사람들이 땅을 반질반질하게 만들어 놓아서 그렇다.

이 남은 개체마저도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꽃아 미안하다.

그런데 너는 왜 그리 이상하게 생겨서 수난을 받고 있냐?

이 비극은 네가 자초한 점이 더 크다.

 

 

광릉요강꽃 앞에 있는 녀석은 염주괴불주머니일까?

염주를 돌리며 광릉요강꽃 천도제라도 준비하고 있나?

사실 괴불주머니 중에서 노란색은 산괴불, 염주괴불, 눈괴불, 갯괴불 등이 있는데

나는 이 아이들의 인상착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깊고 높은 산행 길에 비하면... 이산은 들꽃이 빈약한 편이다.

기껏해야 참꽃마리, 금낭화, 염주괴불 정도랄까...

 

 

고추나무란다. 동행자가 이쁘다고 열심히 찍길래 덩달아 찍었다.

정말 이쁘기는 이쁘네....

 

 

 

사초는 볼 때마다 찍어둔다.

우표수집하는 것처럼 계속 찍어두고 나중에 몇 백종이 되는지 세어봐야 겠다.

그러나 나는 사초를 볼 때마다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야 말로 우리가 먹는 모든 곡식의 조상이기 때문에

수 만 년 우리 인류를 먹여살렸고 그로하여 내가 오늘 살아있기 때문이다.

 

 

국수나무란다.

 

 

이 나무 이름은 듣고서 찍었는데

찍고나서 잊었다.  이 치매끼....

 

 

이 꽃나무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이름도 모르고 찍어두었다.

산과 골의 크기에 비해서는 심심한 골짜기다.

 

 

어디선가 이 사초가 개찌버리사초라고 얼핏 기억이 난다.

개찌버리, 개찌버리....ㅎㅎㅎ

이름도 재미있고 마침 빛도 좋아서 담아두었다.

 

 

다시 등산로 입구로 내려왔을 때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부처님은 하늘에다 자신의 그림자를 만드시는가

구름이 부처님 형상처럼 올라가고 있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는 불두화가 한창이었다.

 

 

계곡에는 함박꽃이 함박 웃음을 띄고 .... 나에게 잘 가시라 했다.

 

뱀발. 내려오는 길에 나물을 캐고 내려오는 65세 할머니를 만났다.

두 시간에 한 번 씩 있는 버스를 놓쳐서 버스타는 곳까지 차를 태워달라고 했다.

차에 타시더니 연신 고맙다며....  곰취를 잔뜩 내놓으셨다.

일행은 오는 길에 고기집에 들러서 곰취에 갈매기살에 잘 먹고 왔다.

그러고도 곰취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