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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4. 12 (화) 화야산 탐사 (1)

 

 

이른 아침에 서울을 빠져나갔다.

화야산에 도착하니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았다.

계곡 끝까지 걸어올라갔어도 아직 대부분의 꽃들이 잠을 자고

꽃을 접지 않는 애기괭이눈만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이 계곡을 찾은 목적은 처녀치마를 보기 위해서였다.

한 시간이 넘도록 계곡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 못생긴 처녀 하나만을 찾을 수 있었다.

한 6년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꽤나 많이 있었는데... 다 시집을 갔나보다.

이 아이는 보시다 시피 너무 못 생겨서 노처녀로 늙어가고 있을까??

 

 

그래도 뭔가 또 있지 싶어 계곡을 뒤지다가 이름모를 나비 한 마리를 만났다.

집에 와서 도감을 뒤져보니 '뿔나비'다.

그러고 보니 더듬이 외에 두 개의 뿔이 선명하게 보인다.

 

 

기가 막힌 위치에 자리잡은 처녀치마 두 포기를 발견했다.

그런데 꽃대가 없다. 치마만 있고 처녀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 꽃이 피었으면.... 그 얼마나 멋진 그림이 되었을 것인가!

 

 

회리바람꽃도 곧 피어나겠다.

 

 

미치광이풀이 한창이었다.

짙은 자주색꽃들이 아래를 보고 피는데...

위를 보거나 앞을 보고 피는 꽃은 미치광이중에도 더 미친녀석인가 보다.

 

 

뭔가 풀 사이를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수분 곤충임에 틀림이 없다.

 

 

끈질기게 기다린 끝에 비교적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이 곤충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애기괭이눈이 이뻐서...

 

 

우연히 처녀치마 또 한 포기를 발견했다.

 

 

주변에 얼레지가 한 포기 피었는데... 큰 나무가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앞으로 돌아와서 찍어보니... 너무 산만하다.

처녀와 바람난 여인!  이거 참 이야기가 되는 건데...

 

 

이런 각도에서 팬포커스로 찍으니 역시 배경이 산만해서...

주인공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웃포커스로 찍으면... 둘 중 하나가 거의 사라져서 의미 없는 사진이 된다.

 

 

궁여지책으로 다중노출을 시도해 보았다.

의외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이 괞찮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니 배경은 한결 간결해졌지만

얼레지와 처녀의 크기 비율이 맞지 않는다.

번호표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이 정도에서 그만 뒀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꿩의바람꽃 군락이 괜찮았는데...

 

 

 나는 바람꽃만 보면 바람을 담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오늘 후배와의 저녁 약속이 서울에서 있다.

이제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 한다.

어차피 여기서 더 머물더라도 이 많은 꽃들을 어찌할 수가 없다.

내일 다시 와야겠다.

 

 

내려오는 길에 길 저편에서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엉덩이를 높이 들고 절을 하고 있었다.

지난 번 축령산에서도 아주머니들이 절하는데 기웃거리다가 설중 복수초를 제대로 만났었는데...

틀림없이 저기 뭔가 있겠다 싶었다.

 

과연 미모의 흰 얼레지가 내 마음을 홀랑 빼앗아갔다.

 

 

없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제대로 담아가야지...

가인박명이라고, 이런 꽃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꽃밭이 2km나 이어지는데... 나는 그 어느 꽃에도 눈맞춤 하지 못하고

먼 길에서 이렇게 한 번 셔터를 누르고 산을 내려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