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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4. 10 (일) 고향 동네 한 바퀴 (2)

 

 

다리가 조금은 안정된 듯해서 동네 가까운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 않은 밭에는 꽃다지가 한창이었다.

 

 

깊은 산골에서 경작한 흔적이 오래된 걸로 봐서는

이 땅은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이미 시작한 지도 모른다.

 

 

위에서 본 꽃다지의 꽃차례다. 세상 만물이 그렇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보인다. 

 

 

꽃다지 어린이들...

 

 

꽃다지에서 수분을 하는 이 곤충은 뭘까??

 

 

깊은 산골 돌보지 않은 무덤가에서 소담스럽게 핀 할미꽃 몇 무더기를 만났다.

내가 호남 땅에 근무할 때, 3년 동안 눈에 불을 켜고 할미꽃을 찾아서 겨우 두어군데를 알아내었는데,

이곳 경북 북부 지방에서는 웬만한 무덤가에는 할미꽃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슨 이야기냐하면. 이 지역과 호남의 할미꽃 분포는 십만 대 일도 훨씬 넘는 듯하다.

그렇다면 전라도 땅에는 사람이 캐 갔기 때문에 할미꽃이 귀하다고 말할 수가 없다.

숲이 깊어도 이 경상도 북부 지역의 숲이 훨씬 깊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토질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다시 비포장 산길을 가다가 마주친 할미꽃 군락!

뭐 이런기 다 있노.... 대박이다.

 

 

아까 그 무덤가에서 만난 할미꽃들과는 색상과 자태,

뭉쳐나는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동강할미 못지 않게 이쁜 할미들이 이 깊고 깊은 산중에 무더기로 있다.

 

 

이곳은 산림관리도로의 아주 오래된 절개지이다.

이 할미꽃들이 최소한 몇 십년 생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

 

 

부실한 비탈의 흙 위로 노출된 할미꽃 뿌리가 보인다.

이런걸 보면 할미꽃이 나무인줄 알겠다.

노출된 뿌리는 부러질 정도로 목질화 되었는데.. 수십 년은 묵은 뿌리 같다.

 

 

 

나는 이도령이 춘향이 보듯이 이리 저리 할미꽃을 바라보았다.

 

 

 

 

이 나비는 꽃에 달려들지 않는 걸보니..

다른 볼일로 온 모양이다.

 

 

할미꽃 무리에서 한참 놀다가 좀 더 가니 노랑제비꽃 군락이 있었다.

그런데... 1경 2화가 눈에 많이 띈다.

 

 

어 이런 꽃이 흔한 건가??

 

 

노랑제비꽃 군락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려는데...

까치독사 한 마리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마른 풀잎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봄에 나온 독사가 뭔 독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별로 기분 좋은 녀석은 아니다.

 

 

솔방울을 던지며 겁을 줬더니 도망을 가는 듯....

 

 

그런데 소나무 밑둥을 방패삼아 꼼짝도 안한다.

'이 꽃밭은 내 나와바리여, 사진 찍으려면 개구리 한 마리라도 가져와 봐'

그러고 버티고 있는 거다.

 

 

아예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보통 뱀은 사람을 보고 도망을 가지만 독사는 도망을 가지 않는다.

어리석게도 자신의 알량한 힘, 독을 믿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겁을 줘도 도망가지 않으면 .. 

사진을 찍는 동안 나의 안전을 위해서 네가 죽어줘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리하지 않았다.

내가 살생하지 않은 지 이미 20년이 넘었다.

너 오늘 운 좋아서 좋은 사람 만난줄 알기나 해라.

 

 

돌아오는 길에 산괴불주머니를 만났다.

이 녀석은 덩치가 커서 주변을 깨끗하게 담아내기가 어려운데

마침 이 숲의 간벌작업이 잘 된 터이라 사진에 담기가 쉬웠다.

 

 

내일이면 고향을 떠난다.

아니 잠시 떠났다가 한 보름후에 다시 올 작정이다.

고향의 깊은 산골엔 봄이 더디 오는 까닭이고

산불 발생위험이 높은 계절에 산불이 잦은 지역이라

산불감시요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고,

나의 다리가 아직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