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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4. 11 (월) 노랑꽃술의 깽깽이풀 탐사기

 

 

오늘이 D - day 로 잡은 날이다.

고향집을 나와서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깽깽이 밭을 들르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아무래도 사람이 몰릴 것 같아서 월요일로 날을 잡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날을 잘 못 잡았다.

열시 반쯤 도착했는데, 하늘엔 구름이 많고 바람도 차가왔다.

오늘 과연 깽깽이가 피어 줄 것인가....

 

 

오후 두시가 넘어서야 꽃잎을 벌린 것, 하나 만났다.

일단 최하 수준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기는 하나...이 꽃은 핀지가 꽤 된 듯하다.

이것이 때가 되어서 핀 것이 아니라 꽃잎에 힘이 없어서 벌어진 듯...

어느 꽃이나 마찬가지다. 꽃이 질 때가 되면 힘이 없어서 펴고 접기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이 정도가 오늘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였던 것 같다.

여전히 숨바꼭질하는 태양과 구름과 찬바람이 야속하기만 했다.

 

 

하루 종일 깽깽이 밭을 서성거리고..

하나의 모델에 열 번씩이나 오가며 이제나 저제나 피기를 기다렸으나

오늘의 깽깽이 밭은 대체로 이러하였다.

 

 

가장 싱싱하고 기대되던 모델도...

해가 저물 때까지 끝내 꽃을 열지 않았다.

 

 

가장 평범한 사진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우니까 벌들도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벌들은 비오거나 추운 날이 일요일인 것이다.

 

 

노루귀가 같이 있어서 그나마 무료함을 달래주는 사진..

 

 

역시 이렇게 피어있는 꽃은 오래 된 꽃이다.

앞에 있는 깽깽이에 렌즈를 가까이 대고 아웃포커스 시켰다.

 

 

이 꽃은 지는 해를 아쉬워한다. 

오늘이 세상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는지 모른다.

 

 

3년전에 내가 지은 시를 읊으며 서울로 차를 몰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깽무삼일싱이라....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사흘 싱싱한 깽깽이가 없다는 나의 한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