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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4. 8 (금) 대구 근교 탐사

 

 

대구 회원분들이 가장 먼저 안내해준 꽃은 개지치였다.

지치과의 식물에는 반디치치, 당개지치, 모래지치, 꽃마리, 꽃바지, 물망초 등이 있지만

정작 종손격인 지치를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개지치를 보았으니 이제 4촌쯤은 만나본건가?

 

 

담백한 색감과 아담한 체구의

소박하고 기품있는 들꽃이었다.

 

 

개지치가 핀 오래된 철로변에는 다른 여러가지 봄꽃들이 피어있었으나

오늘 볼 것이 많다고 해서 미련을 접었다.

개지치는 올들어 아홉번째 새로 본 꽃이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작년까지 내가 본 들꽃이 800가지라고 가정했을 때,

이 개지치는 나의 809번째 들꽃이다.

 

 

재쑥이라고 한다. 쑥이니까 물론 국화과의 식물이다.

나의 고유번호 810번이 된다.

 

 

그리 희귀하지는 않지만 평소에 모르고 지냈으니

이렇게 처음보는 꽃이 되는 것이다.

 

 

811번 조선현호색이다.

처음보는 꽃이며, 다른 현호색과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런데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고 딱부러지게 말할 지식이 없다.

차분하게 연구해봐야할 숙제다.

 

 

812번 달래...

달래를 수없이 보았어도, 그리고 가끔은 꽃봉오리 맺힌 것을 보고 지나쳤어도

이렇게 꽃이 핀 것을 찍은 것은 처음이다.

나의 고유번호는 사진을 찍은 들꽃(초본)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 고장 분들이 은근히 자랑하는 뒷골로 들어가서 찍은 깽깽이풀이다.

그 동네 사람들은 뒷골이라고 부르지만 지도상의 정식명칭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뒷골이 수 천 군데가 있을 것이다.

 

 

이름 모를 분의 무덤에서 수없이 절을 하며 찍은 솜나물이다.

다른 사람이 보았더라면 정말 미친 짓이다.

'저 녀석은 왜 무덤 앞에서 절을 하지 않고, 옆구리에다 절을 하지?

혹시 이 앞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넘 아녀?'

요런 의심을 딱 받게.... 무덤 옆구리에다 절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어찌 되었거나... 이상한 것은,

그 때 찍을 때는 분명히 환상적인 예술이었는데,

집에 와서 컴퓨터에 띄워보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내려오는 길의 뒷골 비탈...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어느 집 담장가에 핀 영춘화도 이제 봄빛을 떨어내기 시작했다.

 

 

813번 애기자운,

이 지역 풀밭마다 잡초처럼 핀다고 한다.

호남지방에서는 보지 못한 꽃인데....

 

 

호남에서는 갈퀴덩굴, 헤어리배치, 자운영 등이 잡초처럼 피니까

뭐 그리 부러울 것은 없다.

지방마다 다른 꽃이 있어야 여행하는 재미가 있지 않겠는가.

 

 

아담한 사이즈에 이쁜 솜털을 가진 녀석들이

풀밭 여기저기서 나도 좀 찍어가세요하고 재롱을 떤다.

 

 

814번 뿔냉이다.

이렇게 많은 꽃을 하루에 보면 올해 안에 1000번을 넘을지도 모르겠다.

냉이와 같은 과의 식물이니 친척끼리 비교용으로 담아보았다.

 

 

 

이 뿔냉이라는 이름은 씨방이 뿔을 닮은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뿔냉이의 군락을 약간 떨어져서 보면,

호남이나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등심붓꽃의 군락과 아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이 사진을 찍고 나사 해가 서산으로 꼴깍 넘어갔다.

운이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