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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3. 15 (화) 서울 서남부 탐사

 봄이 참 더디게 온다.

꽃을 기다리는 조급증 때문에 더 더디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꽃샘추위지만 서울 부근에도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물어물어서 40년 만에 서울 부근의 산을 찾았다.

서울 부근을 돌아다녀 본 것은 고등학교 봄 가을 소풍이 전부였었다.

 

평일인데도 변산바람꽃이 핀 계곡엔 스무명 정도 꽃 애호가들이 꽃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분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아서,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고 조용히 산책만 하고 왔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핀 변산 아이들이 잘 번성하기를 바라면서....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몰아 바닷가 작은 산을 올랐다.

평일인데도 여남은 사람들이 열심히 산자고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별로 찍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오늘 하루 발품을 판 것이 아까와서 차례를 기다려 몇 장 찍었다.

 

 

그렇게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없는 곳인데도

꽃 사진에 막 취미를 붙인 사람들인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마당질한 것처럼 낙엽을 깨끗이 쓸어놓아서...

난 다시 잠버릇 고약한 아이 이불 덮어주듯이 낙옆을 도로 덮고 찍었다.

내 마음도 편할 뿐더러....

그래야... 생명이 죽은 곳에서 다시 생명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는 어느 현자의 시구처럼....

 

 

꽃샘추위 바람이 매섭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낙엽 한 장을 렌즈 앞에 날라다 놓았다.

그 틈새를 잘 수습해서... 빼꼼 들여다 보았다.

 

 

오늘 바람은 매서운 칼바람이다.

노루귀는 바람의 위세에 눌려 모두 꽃잎을 닫고 있었다.

이 산자고는 나도 한 칼 있노라고

칼 한 자루 날을 세우고 칼바람에 맞서고 있는 중이다.

(칼 있으마 = 카리스마)

 

 

산자고는 알고보면 세상에 부드럽기 그지없는 풀이다.

단지 바람이 매서울 때 그도 매서워진 것 뿐이었다.

 

 

이 꽃샘추위의 마지막 무차별 폭격이 끝나면....

가장 먼저 진군해서 봄을 불러들일 선봉부대,

황금투구가 조용히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들이 겨울을 물리치고 봄을 맞이하는 날...

황금빛 술잔을 열어 승리의 축배를 높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