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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3. 19 (토) 서울 남부 탐사

 

 

어제 제대로 담아보지 못했던 너도바람꽃을 보러 일찍 집을 나섰다.

너도바람꽃은 밤사이 꽃을 접지 않는 것 같다.

이른 아침에 계곡에 햇볕이 들지 않았는데도 꽃잎을 활짝 열고 있었다.

이 너도바람꽃속은 꽃받침이 변형되어서 하야 꽃잎처럼 된 것이고,

진짜 꽃잎은 노란 꿀샘으로 변했다고 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바람꽃에 바람의 기분을 내려고

카메라를 움직여 다중촬영을 시도해 보았다.

 

 

작년에 이어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해보지만...결과가 시원찮다.

집에 와서 화일을 정리하면서 문득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계곡에 햇살이 들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엔 아쉬웠던 모델이다.

보다 좋은 빛의 방향에서 담을 수 있었다.

 

 

역시 바람의 흔적이 너무 강렬하다.

콘트라스트와 디테일을 모두 줄여야 겠다.

봄바람처럼 가볍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싱싱하고 보기 좋은 모델들이다.

이곳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더라도

벌이나 등에가 출근하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 지경이 되어서는

이분들 틈에 같이 섞여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어제 오후에 만났던 녀석만 한 번 더 보고 계곡을 벗어났다.

사람들이 수근거리기를 작년엔 두 송이만 있었는데...

한 개체 더 늘었다고 좋아들 했다.

첫 아이가 생긴걸까?

 

 

어디를 갈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얼마전에 산괭이눈을 올리신 교수님이 생각났다.

전화를 드렸더니 무척 반가와 하시며 계곡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이동 중에는 황사가 심했는데, 교수님을 만났을 때는 하늘이 다시 맑아졌다.

 

 

'선생님 황사가 해로울 텐데 본의 아니게 나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했더니

'응, 그렇지 않아도 마스크는 샀어요. 그런데 마스크하고 외출할 바에는 아예 나오지를 말아야지'

하시면서, 마스크는 안쓰실거란다.

산을 오르시는데 스무살 가까이 아래인 나보다도 걸음걸이가 더 빠르시고 씩씩하시다.

 

 

가시면서 골짜기 구석구석마다 여기는 몇월에 무슨 꽃이 피고, 뭐가 피고 하시면서

소상하게 그 산의 풍요로움에 대해 말씀하신다.

십여 년이 넘게 사시면서 그 산에 정이 듬뿍 드셨다고 하셨다.

 

 

산에 피어날 여러가지 꽃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두 시간 남짓 짧은 산행을 마쳤다.

다음에 이 계곡이 꽃으로 풍성해지면 서슴치 말고 오라는 말씀을 듣고 헤어졌는데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손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세요? 네비에 ㅇㅇㅇㅇ 라고 찍어서 오세요, 내 차가 거기 있을 테니까,

할미꽃이 피었나 보러 왔더니, 할미꽃을 아직 안 보이고 솜나물 핀걸 봤어요'

자상하시고 정이 많은 분이시다.

 

 

길 가 작은 무덤가에 여기 저기서 솜방망이가 잎을 내고 있었다.

아하 이러니까.... 솜방망이라고 하는구나...

 

 

무덤 가 여기저기서 솜나물이 꽃을 내밀고 있었다.

10여 개체가 이미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양지꽃도 이미 여러 포기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교수님은 작년엔 여기서 할미꽃을 대여섯 포기 봤는데...

올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하셨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뽀송송한 할미꽃 망울이 10여 개체나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확실히 젊은 사람이 눈이 좋구먼요' (??? 젊기는 무슨 .... 쑥스럽게)

넉넉잡아 열흘이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겠다.

교수님은 매일매일 이곳을 지나시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개화를 기다리실 것이다.

그리고 꽃이 피면  분명히 나에게 전화를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