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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3. 11 (금) 충청도의 변산바람꽃

 

 

올 봄이 참 더디지만...

머나먼 남쪽나라까지 가서 봄맞이하기에는 번거롭다.

변산아씨가 육지로는 충청도까지 왔다길래 거기까지만 발품을 팔았다.

 

 

지난 주말부터 한두 송이씩 낙엽을 뚫고 나왔다더니

이날은 제법 많은 개체가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작년 이맘 때는 중의무릇, 노루귀도 많이 나왔던 듯한데...

 

 

꽃샘추위도 한차례 지나고 모처럼 날씨가 포근하다.

사진에 봄바람을 잡아넣는다고 한참을 기다려도

살폿한 바람이 겨우 꽃 한 송이 건드리고 지나갔다.

 

 

차갑고 강렬한 느낌이 나는 사진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보정해 보았다.

원본 사진에서 채도를 낮추고, 부드러운 색조를 강조하고, 콘트라스트를 부드럽게 낮춘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원색적인 언어를 삼가고, 안색을 늘 평온하게하고, 감정의 기복을 자제한다면

삶이 조금 고상해질 것 같다.

 

 

어떤 자료에서 '전석지'(轉石地)라는 말을 보았다.

국어사전에도 백과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지질학이나 생태학에서 쓰이는 전문용어 같다.

해석을 해보니 '돌이 구르는 땅'이다.

즉 돌들이 안정되어 있지 않고 엉성하게 결합된 비탈이라는 뜻이다.

변산바람꽃의 서식지를 아주 잘 나타내는 말이다.

 

 

가끔은 이 정도 작은 무더기도 눈에 띈다.

막 꽃잎을 연 꽃들이 눈부신 봄볕에 정신이 없어서

사방팔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다.

 

 

낙엽을 뚫고 가장 먼저 올라온 이 꽃도 대견하지만

아직 골짜기마다 얼음이 남아있는 날씨에 일을 나선 이 벌도 대견하다.

서로 닮은 것이 있으니 동물과 식물도 이렇게 상종하는 것이다.

 

 

벌을 쫓아가면서 찍은 사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포토샵에서 어찌어찌 살려보았다.

변산바람꽃처럼 이른 봄날에 피는 꽃에서는

벌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진기로 아무리 잘 표현하려해도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 야생화의 아름다움은

그 절반도 살려내지 못한다. 

 

 

위 세 아가씨의 뒤태다.

내년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보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