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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2. 19 (토) 회문산과 거문도

 

 

올들어 첫 꽃나들이를 떠났다.

금잔옥대(金盞玉臺)로 유명한 거문도의 수선화와

제주수선화, 그중에서도 추사가 유배생활을 하면서 세한도를 그렸던

대정향교부근의 수선화를 보는 것이 이번 첫 나들이의 목표였다.

 

 

서울에서 거문도를 가려면 자동차로 여덟시간 정도 달려서

여수나 나로도 끝에서 배를 타야한다.

가는 길이 너무 멀고도 멀어 회문산 앉은부채도 볼겸, 

내가 3년 동안 근무했던 장성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여정을 잡았다.

앉은부채는 날씨와 상관없이 해마다 날짜를 잘 지켜서 피는 식물이다.

 

 

지난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앉은부채들이 예년보다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저 두터운 눈을 녹이며 올라오는 열기가 궁금해서

불염포 속 부처님 머리를 만져보았다.

 

 

눈 구덩이 속에서도 손끝이 따스해질 정도로 온기가 느껴졌다.

앉은부채는 스스로 대사작용을 통해서 발열을 함으로써

한 뼘이나 쌓인 회문산의 눈이불을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저 눈이 더 녹고 더 많은 앉은부채가 보일 무렵이면....

회문산 계곡물은 한층 소리를 높일 것이다. 

 

 

일요일 (2. 20) 아침에 거문도로 가는 배를 탔다.

여수에서 7시 40분에 출발해서 나로도에 8시 30분, 손죽도, 초도 등지를 경유해서

거문도에는 10시 쯤 도착한다. 일요일인데도 비수기라 손님이 별로 없다.

그날따라 파도가 높아서 배가 많이 흔들렸다. 참 고마운 일이다.

먼 뱃길이 지루했는데 롤러코스트를 타고 가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거문도 항에 도착했다. 청해진 해운의 오가고호는 편도 25,000원이다.

사실 배가 흔들리는 재미를 더하면... 좀 더 줘도 되는데...

 

 

그 유명한 거문도 수선화가 있는 곳 까지는 걸어서 약 한 시간 반 남짓,

택시를 타고 가서, 찻길이 없는 곳만 걸어가면 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한 시라도 빨리 수선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타고 갔다.(6,000원)

거문도 등대로 걸어가는 길은 온통 동백 숲길인데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다.

 

 

걸어가는 도중에 보이는 거문도.

서쪽섬과 동쪽섬이 초승달과 그믐달처럼 마주보고 있어 가운데 바다가 아늑하다. 

영국해군이 100여년 전에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탐낼 가치가 충분한 천혜의 항구요 군사기지다. 

(이 사진에는 '서도'가 주로 찍혔고 동도와 서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마음은 등대로 가고 있는데...

동백꽃 아씨가 자꾸만 쉬었다 가라고 한다.

 

 

고운 모습이 시들기도 전에

미련없이 뚝 떨어져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가운데 작은 등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거문도 등대다.

1905년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오른 쪽의 높은 등대는 10여년 전에 설치되어 지금 임무를 수행중이다.

저 등대 아래.... 오매불망하던 거문도 수선화가 있다고 한다.

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