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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12. 19 (일) 동네 한 바퀴

 

 

시국이 어수선한지라 오랜만에 동네 한 바퀴 둘러 보았다.

생명의 빛을 잃어버린 듯한 갈색을 풀들이지만

여전히 무한한 생명력을 간직한 씨앗들을 날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시든 풀은 아마 수리취일 것이다.

'수리'라는 접두사는 가장 뛰어나다는 뜻이다.

'취'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는 아주 강한 느낌을 주는 들꽃이다.

 

 

솔새가 바람에 씨앗을 날리고 있었다.

이런 풍매화의 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솜털을 달아 씨앗을 보낼 때 눈부시게 빛난다.

 

 

산비탈 음지에는 간간이 녹지 않은 눈이 있고

오래된 나무등걸에 '영국병정지의'가 자라고 있다.

이 '영국병정지의'는 일년 중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영국병정지의'란 어떤 연유로 붙은 이름인지 궁금하다.

풀이하면 '영국병정을 닮은 지의류 식물'이라는 뜻인데...

영국병정의 전통적 복식은 까만털모자, 빨간색 상의, 까만 바지가 아니던가...

최초로 이름붙인 사람이 잠시 착각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의류(地衣類)란  땅의 옷이고 이끼류를 통칭하는 말인 듯하다.

땅에 가장 밀착해서 살고있는 식물이니 땅의 속옷으로 볼 수 있고,

땅의 겉옷은 아무래도 들풀이나 나무들이 아닐까 한다.

 

 

 

개쑥부쟁이의 씨앗들이다.

 봄이 올 때까지 바람에 씨앗을 날려보낼 것이다.

 

 

이 키 큰 식물은 큰엉겅퀴로 보인다.

큰 키를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 있지만

여전히 겨우내 씨앗을 날려 보낼 것이다.

 

 

배풍등 열매들은 많이 쪼글쪼글 해졌다.

아주 밝은 빨간 색을 하고서...

어떤 새가 와서 따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유혹은 언제나 화려한 치장을 하는 것일까...

 

 

노박덩굴도 화려한 빛깔을 뽐내고 있다.

나의 눈이 즐거우라고 예쁘게 꾸민 것이 아니라

새들에게 잘 보이려는 뜻이리라...

 

 

세찬 겨울 바람에 박주가리들이 씨앗을 날리고 있었다.

겨울은 모든 생명이 죽은 것이아니라...

이 황무지 같은 대지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잔인한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다.

 

 

 

박주가리 씨앗들이 겨울 바람을 타고

아득히 먼 산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