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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11. 21 (일) 동네 반 바퀴

 

큰방가지똥이다. 그로테스크한 잎이 매력적인 식물이다.

피어있는 꽃은 민들레를 닮았고, 결실을 한 꽃은 강아지똥을 닮았고,

그리고 솜털에 씨앗을 날릴 준비가 된 모습은 복슬강아지를 닮았다.

 

 

지난 5월부터 피기 시작하더니 참 오래도 피고진다.

 

 

늦은 가을엔 추수가 끝난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아직도 밭에 남은 거름기로 마지막 꽃을 피우는 듯...

 

 

광대나물과 냉이도 피었다.

이른 추위를 지나더니 다시 봄이 온 줄 착각한 것이다.

 

 

광대나물이 제법 풍성한 군락을 이루었다.

오늘 남도는 봄날씨처럼 따뜻한데다 광대까지 봄의 정취를 돋운다.

 

 

이들은 한 겨울에도, 설령 눈이 오더라도 끈질기게 피고 지며 봄을 기다릴 것이다.

 

 

큰개불알풀도 피었다.

큰개불알풀은 일본의 식물명을 번역한 것이고

호남지방에서는 원래 '봄까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봄까치라는 우리 고유의 이름은 봄소식을 먼저 알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큰개불알풀이라는 일본식 이름보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이 순간 나는 또 기억한다.

'이 나라 산천초목에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슬프다'던 어느 분의 말씀을....

광대도 봄까치라는 이름에 한 표 거들고 있는 듯...

 

 

이 어설픈 계절의 한 구석, 광대나물, 냉이, 봄까치가 어우러진 곳에서

잠시 착각속의 봄에 취해 보았지만....

 

 

눈을 돌려보면 역시 모든 풀들이 퇴색해버린 가을 들판이다.

늦깎이 양미역취가 홀로 유채색으로 이채롭다.

 

 

명아주... 경상도에서는 뿌리가 도틀도틀하다고 도트라지라고도 한다.

(명아주 지팡이에서 뿌리가 손잡이 역할을 하는데 도틀도틀한 것이 노인들의 지압에 좋다)

도트라지 단풍을 배경으로 광대 하나가 포즈를 취했다.

봄과 가을이 이렇게 함께하는 계절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