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서 모감주나무 Koelreuteria paniculata Laxmann 중부 이남에 분포하는 갈잎떨기나무로 3~6m 정도 자란다. 6~7월에 새가지 끝에서 길이 30~40cm의 꽃차례로 꽃이 핀다. 풍선모양의 열매 속에 지름7mm 정도의 까만 씨앗이 들어있다. 신록의 계절에 피는 나무 꽃들은 열에 아홉이 흰색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곤충들에게도 녹색 잎에는 흰 꽃이 눈에 잘 띄는 모양이다.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여름의 초입에 모감주나무는 노란색 꽃을 피운다. 이 나무는 이제 벌들도 흰색 꽃에 식상할 때가 된 걸 눈치 챈 듯하다.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는 밝은 분홍색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다른 꽃나무들도 짙어진 녹음에 걸맞은 제 각각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모감주 꽃이 절정일 때는 신라시대의 찬란한.. 더보기
피나무의 수난시대 피나무 Tilia amurensis Rupr.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갈잎큰키나무로 높이 25m, 지름 1m 정도 자란다. 6~7월에 잎겨드랑이에서 5cm 정도의 포와 함께 3~20개의 꽃이 달린다. 1980년대 중반에 동부전선 민통선 부근의 중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전임 중대장이 떠나면서 한 가지 부탁 겸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어느 골짜기에 거대한 피나무를 베어놓았으나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가져오질 못했는데, 적당한 기회에 그걸 운반해 와서 절반만 나눠 달라는 것이었다. 드럼통을 7개 정도 이어놓은 크기로 그 정도면 바둑판 열 개가 넉넉히 나온다고 했다. 우선 정찰을 나가봤더니 깊고 가파른 골짜기에 아름드리 피나무가 쓰러져있었다. 그걸 차가 다니는 길까지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30명의 병력이 필요하고.. 더보기
고욤샤베트를 만드는 까닭 고욤나무 Diospyros lotus L. 마을 주변이나 낮은 산에서 자라는 감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높이 5~10m. 암수딴그루로 5~6월에 꽃이 피고 늦가을에 지름1.5cm 정도의 열매가 익는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키워야한다고 배웠다. 감 씨를 그냥 심으면 감이 열려도 아주 자잘한 땡감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접붙이기를 해서 좋은 감을 얻는 원리를 똑 부러지게 설명할 지식은 없지만 고욤나무의 강한 생명력이 어린 감나무를 빠르고 튼튼하게 키워내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학자는 고욤의 ‘고’는 작은 감을 의미하고 ‘욤’은 어미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한국식물생태보감1. 김종원) 감나무의 대리모 구실을 하는 고욤나무 이름에 걸맞은 해석이기는 하나, 기록상의 근거를 제시하.. 더보기
쥐똥나무 울타리를 그리며 쥐똥나무 Ligustrum obtusifolium Siebold & Zucc. 마을 주변이나 낮은 산에 자라는 갈잎떨기나무로 높이는 2~3m 정도다. 5월에 길이 7mm 정도의 꽃이 피고 가을에 쥐똥을 닮은 열매가 익는다. 쥐똥나무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난 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걸음마를 익혀서 마당 밖으로 처음 나갔을 때 쥐똥나무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쥐똥울타리가 밭과 길을 구분해놓은 작은 동네가 세상의 전부였었다. 예닐곱 살 무렵 소를 몰면서 왜 이 나무가 울타리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쥐똥나무들은 가지가 촘촘하게 얽혀서 소나 노루 같은 큰 짐승은 물론이고 염소와 개, 닭들 까지도 함부로 밭에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봄에 나지막한 울타리에 빨래를 널면 자잘한 꽃향.. 더보기
느티나무 베어 달구지에 싣고... 느티나무 Zelkova serrata (Thunb.) Makino 주로 산지 계곡부에서 자라며 높이 30m 지름 3m 정도까지 성장한다. 느릅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이며 4~5월에 잎과 함께 꽃이 핀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쯤 전의 일이다. 아버지가 동네 안쪽 골짜기에서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를 베었다. 그때 다섯 살 배기 아들은 베어지는 나무의 고통과 슬픔을 헤아릴 줄 몰랐다. 베어낸 나무를 몇 토막으로 잘라 소달구지에 싣고 사십 리 떨어진 읍내에 갈 때 나는 달구지를 타고 난생 처음 동네 밖으로 세상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그 때 구경한 자동차와 제재소가 산골 아이에게는 근대문명과의 첫 만남이었다. 벨트처럼 돌아가는 톱날이 통나무를 켜낼 때 나는 야릇한 공포에 휩싸였었다. 판자를 차곡차곡 달구지에 싣고.. 더보기
생활속 거리두기의 모범 고광나무 고광나무 Philadelphus tenuifolius Rupr. & Maxim. 숲 가장자리에서 2~3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수국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2.5cm 정도의 꽃이 피고 꽃잎은 4장이다. 오월에 꽃 피는 나무들 열에 아홉은 흰 꽃이 핀다. 층층나무, 말발도리, 이팝나무, 말채나무, 백당나무, 고추나무, 때죽나무, 쪽동백... 이 계절에 흰 꽃이 피는 나무는 열 손가락으로 두 번씩 더 꼽아야 한다. 곤충들의 눈에도 녹색 숲에서는 흰색 꽃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까닭이리라. 고광나무 Philadelphus schrenkii 역시 오월에 하얀 꽃이 피는 나무로, 앞에 열거한 여느 나무들보다 꽃이 커서 진달래꽃 크기만 한데, 넉 장의 꽃잎이 얼핏 보면 나비들이 앉아있는 모습 같.. 더보기
배리배리했던 시무나무 떡 시무나무 Hemiptelea davidii (Hance) Planch. 주로 하천 가장자리에서 15m 가까이 자라는 느릅나무과의 갈잎나무. 어린 가지에는 2~10cm길이의 날카롭고 억센 가시가 발달한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4~5월에 꽃이 피고, 열매 한쪽에만 날개가 있다. 二十樹下三十客 시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 四十里村五十飯 망할 마을에서 쉰밥을 먹었네 쉰밥을 얻어먹은 나그네가 야박한 마을 인심을 원망한다는 김삿갓의 시다. 이 시 첫머리의 이십수二十樹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스무나무’가 된다. 이어서 10을 더하면서 차례로 등장하는 三十客은 서른 객에서 ‘서러운 나그네’로, 四十里는 마흔리에서 ‘망할 마을’로, 五十飯은 ‘쉰밥’이 되는 재미있는 시다. 전래동요인 나무타령에도 ‘열아홉에 스무나무’라는 대.. 더보기
추억을 부르는 이름 올괴불과 길마가지 올괴불나무 Lonicera praeflorens Batalin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서 키높이 남짓 자라는 인동과의 갈잎떨기나무. 3월 초순~중순, 잎이 나기 전에 잎겨드랑이에서 연분홍색의 꽃이 2개씩 달린다. 열매는 지름 7mm 정도의 구형으로 거의 붙어있고 5~6월에 붉게 익는다. 오래 전에 주변에서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