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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

종덩굴 종덩굴 Clematis fusca var. violacea Maxim. 숲 가장자리에서 드물게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갈잎덩굴나무다. 3~5m 정도 줄기를 뻗으며 잎은 5~7개의 작은잎으로 된 겹잎이다. 6~7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자주색 꽃이 1개씩 달린다. 무수한 빗방울 중 단 한 방울이 정곡에 닿아 종이 울리길 갈망했다 아파보지 않은 그리하여 울어보지 않은 종은 종이 아니다 비 내리는 날은 누군가의 종이 되어 제대로 울고 싶다 세잎종덩굴 Clematis koreana Kom. 해발 1,200m 이상의 산지에서 2~3m 정도 덩굴을 뻗으며 자란다. 6~8월에 지름 3cm 정도의 자주색 또는 황색의 꽃이 1개씩 달린다. 누른종덩굴은 꽃 색 외에는 차이가 없어 세잎종덩굴에 통합되었다. 자주종덩굴.. 더보기
찔레꽃이 피어야 고향이다 찔레꽃 Rosa multiflora Thunb. 전국의 마을 주변이나 낮은 산지에서 2~4m 정도 자라는 갈잎덩굴성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3cm 정도의 흰색이나 연분홍색 꽃이 모여 핀다. ‘아버지, 시골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같이 저녁을 먹다가 아들이 무심코 한 말이다. 아들이 말하는 ‘시골’은 곧 아버지인 나의 고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고향이 있어서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들이 참 안쓰러웠다.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나의 근무지를 따라 여러 지방으로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고향이 없다. 고향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조상대대로 살아온 터전이라야 의미가 더 깊다. 그리하여 마음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된다. 아들이 그렇듯이 산업화.. 더보기
수목한계선의 제왕 사스래나무 사스래나무 Betula ermanii Cham. 고산지대의 정상부에서 10~15m 정도 자라는 자작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5~6월에 잎과 동시에 수꽃차례는 길이 5~7cm로 여러 가닥이 아래로 늘어지며 암꽃차례는 길이 2cm 정도로 가지 끝에서 약간 안쪽에서 위를 향해 핀다. 사스래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높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다. 그리고 이 나무가 사는 곳보다 높은 곳에서는 다른 큰키나무를 만날 수 없다. 교목이 살 수 있는 가장 높은 땅, 즉 수목한계선은 해발 1800m 정도인데 사스래나무는 대개 1500~1800m 높이에서 자라며 한계선 부근에서는 이 나무밖에 없다. 서쪽에서 백두를 오르는 완만한 능선의 사스래나무 군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곳의 푸른 초원은 오직 사스래나무들만을 위한.. 더보기
오늘은 자주조희풀 네가 날 물들게 한다 자주조희풀 Clematis heracleifolia var. davidiana Hemsl. 중부지방에서 허리 높이 정도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갈잎떨기나무. 암수딴그루로 8~9월에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4cm 정도의 꽃이 모여 핀다. 병조희풀(C. heracleifolia)의 변종으로 병조희풀보다 꽃받침조각이 넓게 벌어진다. ‘오늘은 자주조희풀 네가 날 물들게 한다’는 김창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제목이다. 이 시집이 나오게 된 과정이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시인의 문우(文友) 몇 분이 야생화 탐사와 사진찍기에 취미를 붙이고 날마다 찍어온 꽃 사진을 메일로 보내면 시인은 그 다음날 멋진 시로 화답을 했다. 그렇게 되자 사진을 보낸 분들은 자연스레 꽃을 ‘메긴다’라고 했고 메긴 꽃 사진은 다음 날.. 더보기
초피나무와 산초나무 초피나무 Zanthoxylum piperitum (L.) DC. 황해도 이남의 낮은 산지에서 1~5m 정도 자라는 운향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작은잎이 9~19개가 달리는 새깃모양이고 어긋나며, 가시는 마주난다. 암수딴그루로 4~5월에 길이 2~5cm의 꽃차례에 꽃잎이 없는 꽃이 핀다. 명절에 어쩌다 만나는 조카뻘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해마다 그들 형제자매들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서 물어보기도 미안했고 아는 척하며 부른 이름이 형 동생이 뒤바뀌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친조카의 경우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여동생이나 사촌동생들의 자녀들은 십 수 년 동안 실수하지 않고 넘어간 해가 없었다. 식물들의 이름 부르기도 그와 비슷한 경우가 더러 있다. 예컨대 산초나무와 초피나무가 형제처럼 닮아서 그렇다... 더보기
비오는 날의 향기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Clerodendrum trichotomum Thunb. 중부 이남의 숲 가장자리에서 2~5m 정도 자라는 마편초과의 갈잎떨기나무다. 7~8월에 가지 끝부분에 꽃이 달리며 열매는 10~11월에 짙은 남색으로 익는다. 안개비 내리던 어느 날 산길에서 짙은 백합 향기를 느꼈다. 사방을 두리번거려도 향기의 근원을 찾기가 어려웠다. 저만치 누리장나무 꽃이 보였는데 설마 그 향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달콤하고 신선한 향기를 따라가 보니 놀랍게도 그 꽃이 뿜어내는 향기였다. 누리장은 냄새가 누리다는 이름이고 냄새오동(臭桐)이라고도 한다. 그 누린내는 같은 마편초과의 누린내풀에서 나는 것과 비슷한데 아주 거북하지는 않으나 분명 상쾌한 냄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안개비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누린.. 더보기
해사하게 꽃 피는 조팝나무 조팝나무 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밭둑이나 길가에 자라는 장미과의 떨기나무. 키 높이 정도로 자라며 4~5월에 자잘한 꽃들이 줄기를 이루며 달린다. 봄이 오는 논두렁 밭두렁에는 진달래나 개나리보다 조팝나무가 썩 어울린다. 조팝나무는 봄바람에 튀밥 같은 꽃가지를 산들산들 흔들며 풍년을 기원해 준다. 해사하게 꽃 핀 이 나무를 보면 일 나가는 농부의 걸음도 가벼워질 것 같다. 짐작건대 조팝나무는 조밥을 닮은 꽃이 피는 나무라는 이름이거나 가을에 익는 자잘한 열매가 조 이삭처럼 노랗게 익어서 붙은 이름이지 싶다. 튀밥과자 막대기 같은 꽃을 조밥에 비유한 건 한동안 의문이었지만 조밥을 먹었던 오랜 기억을 더듬어보니 일리가 있는 비유였다. .. 더보기
가솔송 가솔송 태고 적부터 순결한 땅이 불륜의 씨앗을 잉태할 줄이야 고개를 들어라 네 탓이 아니다 솔 가지를 더 닮은 진달래의 딸 어여쁜 가솔송 가솔송 Phyllodoce caerulea (L.) Bab. 백두산 일대의 해발 2000m 이상 고원에서 자라는 진달래과의 늘푸른떨기나무. 툰드라 초원의 누운 줄기에서 가지가 나와 반 뼘 남짓한 높이로 곧게 선다. 7~8월에 길이 8mm 정도의 단지 모양 꽃이 가지 끝에 2~6개가 달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