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사일기/탐사일기

2010년 3월 1일 고금도 탐사기

 

 

오랫만에 고금도를 찾았다.  앉아서 봄을 기다리기에 조바심이 났을까...

냉이꽃이 벌써 긴 꽃대를 올리고 있다. 여기엔 이만큼 봄이 많이 온 것이다.

 

 

이슬비가 내린다. 天地不仁이라 했던가..... 같은 비를 맞지만

새로나는 냉이는 이슬비에서 생명수를 얻고

사라지는 냉이는 이슬비의 무게로 땅으로 돌아간다.

 

 

빗방울 속에서 태어나는 자와 사라지는 자의 교대식이 조용히 이루어 지고 있다.

 

 

생명에게는 역시  다른 생명이 깃든다.

저 작은 곤충은 냉이꽃에 앉아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새로난 냉이는 벌써 몇 개의 씨방을 숙성시키고 있다.

 

 

고금도를 찾은 것은 바로 이 할미꽃 소식이 궁금해서 였다.

첫번째 찾은 무덤가에서는 이제 겨우 싹을 내밀었는데

두번째 간 곳에서는 두어 송이 꽃봉오리를 볼 수 있었다.

 

 

할미는 태어나자 마자 영낙없는 할미이다.

태어나서 처음 본 모습은 자신의 전생, 말라비틀어진 잎이었다.

이리 되고야 말 것을 왜 태어나는 거지?

 

 

S라인의 멋진 할미를 만났다.

역시 묵은잎이 있길래, '랑콤의 장미'버전으로 구도를 잡았는데...

'랑콤의 할미'가 되고 말았다.  

 

 

할미꽃을 찾던 무덤가에는 산자고가 많이도 피어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꽃잎을 열고 있는 산자고는 이미 수분을 마친 꽃이다.

보호해야 할 꽃가루도 없고 꽃을 닫을 생명력도 다한 듯....

 

 

이슬비에 젖어 엷은 꽃잎이 투명해져가고 있다.

 

 

누구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마른 풀섶사이에 숨어서 피고 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날.....

그래도 봄을 많이 만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