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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감추어진 생태의 비밀 감태나무

감태나무     Lindera glauca (Siebold & Zucc.) Blume

 

중부 이남의 산지에서 8m 정도 자라는 녹나무과의 떨기나무.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연두색 꽃이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암수딴그루로 알려져 있으나 숫그루가 관찰된 기록이 없다.

 

 

 

 

고향 마을로 들어가는 산굽이에 감태나무가 모여 사는 험한 비탈이 있다.

옛날부터 동네사람들은 그곳을 감태벤달이라고 불러왔다.

벤달은 절벽이나 비탈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절벽지대에 자라는 감태나무를 알아볼 수 있는 까닭은

모든 활엽수가 잎을 떨군 한겨울에도 밝은 갈색의 잎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감태나무는 잎에서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인 감태맛이 나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감태(甘苔)단맛이 나는 김이라는 뜻으로, 김보다 밝은 녹색이고 조직이 섬세하다.

주로 서해안 지역에서 자라고 재배도 하는데, 무침이나 김처럼 가공해서 먹는다. 

김보다 생산이 적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감태는 약간 달고 고소하며 특유의 향이 있다.

정말 감태 맛이 나는지 잎을 씹어보았더니 그런 맛이 나는 듯 마는 듯하였다.

 

이름의 유래는 그렇다 치고 감태나무의 생태에는 도무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암수딴그루로 알려진 이 나무의 수꽃그루를 어느 누구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고,

식물도감이나 인터넷에서 수꽃의 모양을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맺고 새로 태어난 어린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감태나무가 자생하는 일본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감태나무처럼 숫그루가 발견되지 않고 암그루만 관찰된 비양도의 바위모시(비양나무)

분화구 안에서 조밀하게 무리지어 사는 걸로 보아 대나무처럼 뿌리를 뻗어 번식하는 듯하다.

그런데 감태나무는 무리에서 동떨어진 곳에서도 홀로 사는 개체를 종종 만나게 되므로

이들의 탄생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가 없다.

 

오늘날에는 비혼 여성도 어떤 특별한 은행의 도움으로 아기를 얻을 수 있지만

설마 감태나무가 다른 나무의 꽃가루로 결실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2천여 년 전 어느 위대한 분의 탄생처럼

배우자 없이 2세를 낳을 수 있는 특별한 은총을 받은 나무일까?

잎에서 난다는 감태 맛은 긴가민가 희미하고

감추어진 태생의 신비는 짙은 의문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