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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매자나무과의 나무와 풀꽃들

매자나무      Berberis koreana Palib.

 

경기, 강원, 충북의 숲과 하천 가장자리에서 키 높이 정도로 자라는 갈잎떨기나무.

어린 가지에 길이 5~10mm의 가시가 있고 잎은 길이 5cm 정도의 주걱모양이다.

5월에 가지 끝에서 나온 꽃차례에 지름 6mm 정도의 꽃이 달리고 열매는 구형이다.

 

 

 

 

산과 들길을 가면서 풀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름과 모양이 비슷비슷한 친지가 많은 식물들을 만날 때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국화과나 산형과처럼 수백 수십의 비슷한 종과 변종이 있는 집안이 그러한 경우다.

그런데 매자나무과에는 단 여섯 종의 나무와 풀만 있어서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쉽다.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야생의 나무는 매발톱나무속과 매자나무속으로 구분된다.

매발톱나무는 마디마다 나오는 3개의 날카로운 가시가 매의 발톱을 닮았다는 이름이다.

이 나무는 아주 높은 산에서 자라므로 높이 나는 매의 이름을 빌릴 자격이 있다.

매발톱나무의 변종으로 울릉도의 왕매발톱나무와 한라산의 섬매발톱나무가 있는데,

왕매발톱나무는 잎이 보다 넓고 대형이며 섬매발톱나무는 가시가 크고 잎과 꽃이 작다.

근래에는 이들 두 변종을 생태적 변이로 보아서 같은 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라산의 섬매발톱나무)

매자나무는 중부지방의 숲 가장자리나 계곡 주변에서 자라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매자는 매의 가시므로 사실상 매발톱과 같은 의미로 여겨진다.

매자나무와 매발톱나무는 형태상 큰 차이가 없으나 굳이 가려보자면,

매자나무의 잎가장자리는 톱니가 둔하고 불규칙하며 열매가 둥글고,

매발톱나무는 잎가장자리 톱니가 예리하고 규칙적이고 열매는 길쭉하다.

그리고 매자나무의 변종들은 대부분 재배식물이어서 야생에서 만날 일이 없다.

 

매자나무과의 나무들은 만난 지역만으로도 쉽게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중부지방의 낮은 숲이나 계곡에서 만났다면 매자나무일 것이고

해발 천 미터가 넘는 높은 산등성이에서 자라는 건 매발톱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한라산에서 만나는 나무는 섬매발톱나무고 울릉도라면 왕매발톱나무일 것이다. 

 

(매자나무. 김인래 님 사진)

매자나무과에는 두 가지 나무 외에 네 가지의 아름다운 풀꽃이 있다.

꽃이 피는 순서대로 보자면 한계령풀, 깽깽이풀, 삼지구엽초, 꿩의다리아재비다.

이들은 이름도 모양도 전혀 닮지 않으면서 저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중에서 한계령풀은 매자나무 꽃을 그런대로 닮은 꽃을 피운다.

눈이 채 녹지 않은 높은 산마루에 한계령풀이 무리지어 꽃 필 무렵에

계곡의 숲정이에서는 연보라빛 깽깽이풀 꽃이 피어 탐화가들을 유혹한다.

이어서 네 개의 뿔을 단 닻 모양 꽃에 잎이 아홉 장 달리는 삼지구엽초가 피고

6월에는 꿩의다리처럼 훤칠한 키의 꿩의다리아재비가 작고 노란 꽃을 피운다.

 

이처럼 매자나무과의 나무와 풀들은 혼동할 일이 없이 이름을 불러주기가 쉽다.

나무들은 자라는 장소가 확연하게 다르고 풀들은 모양새가 전혀 다른 까닭이다.

매자나무 일가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기억하기 쉽고 그만큼 친근감이 더하다.

 

 

 

매발톱나무     Berberis amurensis Rupr.

 

한라산과 지리산 이북의 고산지대의 능선부에서 3m 정도 높이로 자란다.

마디마다 길이 1~2cm의 가시가 있고 잎은 길이 3~10cm의 거꿀달걀모양이다.

5~6월에 가지 끝에서 나온 꽃차례에 지름 6mm 정도의 꽃이 달리고 열매는 길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