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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북방 높은 산의 나무

천삼으로 불리는 땃두릅나무

땃두릅나무     Oplopanax elatus (Nakai) Nakai

 

지리산 이북의 높은 산지에서 1~3m 높이로 자라는 두릅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줄기에 예리한 가시가 촘촘하고 잎은 폭 30cm 정도로 5~7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암꽃수꽃양성화딴그루식물로 6월에 한 뼘 정도의 원뿔모양꽃차례로 꽃이 핀다.

 

 

 

 

두릅나무의 순은 봄철에 사람들이 즐겨먹는 계절의 별미다.

약간 쌉싸름한 느낌에 특유의 향과 상큼한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두릅나무로 대표되는 두릅나무과 식물들의 면면을 보면 식물계의 명문가 같다.

인삼, 오갈피나무, 음나무, 황칠나무, 땃두릅나무, 땅두릅 등등 모두가

건강식품이나 맛있는 식재료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풀과 나무들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은 널리 재배되기는 해도 야생에서의 생존은 불안하다.

 

그 중에서 땃두릅나무는 흔히 산삼이라고 하는 야생 인삼 다음으로 귀하게 쳐준다. 

이 나무를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걸 보면 마치 산삼보다 더 좋은 효능이 있는 것처럼

이름부터 천삼(天蔘)으로 지어서 아주 대단한 보약으로 각색해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런 이름은 과거에 백선의 뿌리를 봉황삼으로 그럴싸하게 작명을 한 다음,

최고의 보약처럼 과대광고를 해서 막대한 돈을 챙겼던 사기극에 버금간다. 

天蔘은 국어사전에 1등급의 홍삼 또는 오가피를 달리 이르는 말로 나와있다.

 

(땃두릅나무 열매. 전숙희 님 사진)

그렇지 않아도 야생에서는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자라는 이 나무가 천삼이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채취되어 지금은 멸종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희귀한 식물이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이 나무의 속명 Oplopanax나 옛이름 자인삼(刺人蔘)과도 관련이 있다.

 

우선 속명의 뒤에 붙은 ‘panax’는 그리스어로 광범위하다는 의미의 ‘pan’

치유를 뜻하는 ‘akos’가 합쳐져 '만병통치약'이 되며 인삼의 속명으로 쓰인다.

앞에 붙은 oplo’는 명확하게 설명한 자료를 찾지는 못했으나 유사한 학명이나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 나무의 줄기에 난 가시를 지칭하는 듯하다.

가시 인삼이 되고 이는 찌를 자를 쓰는 옛 이름 刺人蔘과 같은 뜻이다.

 

(땅두릅, 땃두릅이라고도 부른다)

땃두릅, 또는 땅두릅은 땃두릅나무와 이름을 혼동하기 쉬운 식물이다.

땃두릅나무와 구별하기 위해서 땅두릅을 국명으로 채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땅에서 새싹이 올라올 때 두릅 순처럼 채취해 먹는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보인다.

땅두릅(Aralia cordata)과 아주 비슷하지만 땅두릅보다 작은꽃자루()가 짧은 것을

독활(A. cordata var. continentalis)이라는 변종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

 

아무튼 땃두릅나무처럼 몸에 좋다는 것들을 먹어서 무병장수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산과 들로 이런저런 식물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