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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자주 보는 떨기나무

옛날 국수가 생각나는 국수나무

국수나무            Stephanandra incisa (Thunb.) Zabel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1~2m 높이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5mm 정도의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로 핀다.

 

 

 

 

 

국수나무는 산과 동네의 경계나 산길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다.

사람 키 높이 정도로 자라므로 길 가다가 스치기도 해서 더욱 친근하다.

꽃잎은 희지만 꽃이 자잘하고 꽃밥이 노랑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므로 

몇 걸음 떨어져서 보면 누런 삼베나 보리밥처럼 구수한 느낌이 든다.

이 꽃은 나태주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국수나무는 키가 작아서 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숲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운 나쁘게 큰키나무 숲 가운데에 떨어진 씨앗은 어려운 환경에서 지혜롭게 산다.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잎을 내어 큰키나무들이 볕을 가리기 전에 영양을 비축하고

숲 그늘이 짙어지는 계절에도 틈틈이 들어오는 빛으로 알뜰하게 광합성을 한다.

 

(국수가락을 닮은 국수나무의 줄기)

이런 키 작은 나무들은 대체로 밑동에서 줄기를 여러 가닥으로 많이 낸다.

그래야 어릴 적부터 햇볕을 많이 받아 생존에 유리했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이 나무의 줄기가 국수 가락처럼 가늘고 곧아서 국수나무가 되었지 싶다. 

또는 줄기 속의 연한 심인 수()가 국수가락을 닮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사는 모습이나 꽃의 모습도 그러하지만 국수나무라는 이름도 서민적이다.

 

어릴 적에 할머니는 가끔 밀가루반죽을 홍두께로 밀어서 손칼국수를 만들어 주셨다.

반죽을 얇게 늘여 여러 겹으로 포갠 다음 석석 썰어서 두레상 위에 국수 가락을 말렸다.

나는 할머니가 국수를 썰고 남은 자투리를 얼른 아궁이로 가져가서 불에 구워먹었다.

국시꼬리라고 했는데 토핑을 뺀 요즘의 피자맛으로 기억한다.

 

(나도국수나무(왼쪽)는 총상꽃차례에 잎이 크고 국수나무(오른쪽)은 원뿔모양꽃차례에 잎이 작다, 박해정 님 사진)

서울로 전학을 와서는 학교 다니는 길에 기계로 국수가락을 뽑는 집이 있었다.

기계 속에 있는 두 개의 회전 홍두께 사이에서 반죽이 납작해져서 밖으로 나올 때

빗살 같은 칼날에 잘려 실비단폭포처럼 늘어져 천천히 내려오면서 국수가락이 굳었다.

주인이 국수가락이 내려오는 속도에 맞추어 일정한 길이에서 잘라낸 다음

한 묶음씩 종이로 마는 손놀림은 요즘 말로 국수의 달인이라고 부를 만했다.

 

그러나 기계로 뽑아낸 국수는 아무래도 '손맛'과 이라는 양념이 빠져있다.

요즘 잘 나가는 전문점의 국수라도 할머니가 설근설근 썰었던 옛 맛에 미치지 못한다.

봄마다 피는 국수나무의 희노란 꽃을 보면 할머니의 베적삼이 생각나고

가느다란 줄기들을 보면 그 손맛이 짙게 배인 옛날의 국수맛이 그립다.

 

 

 

 

(박해정 님 사진)

나도국수나무        Neillia uekii Nakai

 

중부 이북의 숲 가장자리, 주로 하천가에서 1~2m 높이로 자란다.

5~6월에 가지 끝에서 7cm 정도 길이의 총상꽃차례로 꽃이 핀다.

국수나무보다 잎이 크고 꽃받침, 꽃차루, 열매에 긴 샘털이 밀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