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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초피나무와 산초나무

초피나무     Zanthoxylum piperitum (L.) DC.

 

황해도 이남의 낮은 산지에서 1~5m 정도 자라는 운향과의 갈잎떨기나무.

잎은 작은잎이 9~19개가 달리는 새깃모양이고 어긋나며, 가시는 마주난다.

암수딴그루로 4~5월에 길이 2~5cm의 꽃차례에 꽃잎이 없는 꽃이 핀다.

 

 

 

 

 

명절에 어쩌다 만나는 조카뻘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해마다 그들 형제자매들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서 물어보기도 미안했고

아는 척하며 부른 이름이 형 동생이 뒤바뀌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친조카의 경우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여동생이나 사촌동생들의 자녀들은

십 수 년 동안 실수하지 않고 넘어간 해가 없었다.

 

(산초나무)

식물들의 이름 부르기도 그와 비슷한 경우가 더러 있다.

예컨대 산초나무와 초피나무가 형제처럼 닮아서 그렇다.

이 두 나무는 몇 걸음만 떨어져서 봐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고

잎차례도 닮아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부분 부분을 비교하면서 살펴야 한다.

 

두 종류의 나무가 다른 곳은 꽃차례, 잎가장자리와 가시가 나는 모양이다.

초피나무는 꽃잎이 없는 자잘한 꽃이 원뿔모양꽃차례로 달리고

산초나무는 작은 꽃잎이 있는 꽃이 편평한 꽃차례로 핀다.

초피나무의 잎은 가장자리가 쪼글쪼글하고 산초나무는 편평한 편이다.

꽃이 없고 잎이 시든 겨울에는 가시가 나는 모양을 살펴야 한다.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나고 산초나무는 어긋난다.

 

(초피나무(왼쪽)와 산초나무(오른쪽) 비교)

그리고 초피나무의 열매는 향이 강해서 추어탕이나 생선 요리의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료로 쓰고

산초나무 열매는 냄새가 순해서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쓴다.

해마다 이 나무들의 열매를 따는 농촌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어 부르는 일이 없다.

 

내 고향 사람들은 초피를 제피, 산초를 난두라고 부른다.

초피와 산초는 헷갈리기 쉬우나 제피와 난두는 어감부터 달라서 훨씬 기억하기 쉽다.

나 역시 제피와 난두로 부르기 시작한 후로는 더 이상 이름을 부르는 데 혼란이 없었다.

느낌이 분명하게 다른 이름이 사물을 가려보는데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산초나무        Zanthoxylum schinifolium Siebold & Zucc.

 

전국의 산지에서 1~3m 높이로 자라는 운향과의 갈잎떨기나무.

7~19개의 작은잎으로 이루어진 새깃모양잎과 가시가 모두 어긋난다.

암수딴그루로 7~8월에 편평꽃차례에 지름 5mm 정도의 꽃들이 핀다.

드물게 수그루의 꽃차례에도 암꽃이 피고 결실을 하는 경우가 있다.